일단 이 글은 내 기준에서 끄쩍댄 글이다
아니, 끄적끄적인 글을 얼굴을 아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공유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끄적끄적댄 글이기 때문이다. 크적크적거린 글도 아니고 끄쩍끄쩍인 글도 아니고 그적그적댄 글도 아니다. 너무 거세지도 않고 여리지도 않고, 너무 되지도 않고 묽지도 않은 글. 그렇다고 너무 예사롭지도 않아서 적당히 이목을 끌 수 있는, 딱 '끄적'거린 글. 그냥 무난하게 어느 입맛에나 어긋남은 딱히 없다. 동시에 "기억하고 싶은 맛이었다"가 아닌 "배를 채웠다"라는 느낌 정도만 줄 수 있는 글.
가끔은 나의 글의 가지를 쳐내, 그 쳐낸 가지를 가지고 끄적이는 것도 꽤나 익숙해져서 끄적인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끄적일 때가 있다. 그 익숙함은 반길만한 것이 아니어서 이제 다시 나의 나무가 제멋대로 자랄 수 있도록 brunch로 옮겨 심고자 한다. 생각해보니 가지는 영어로 branch. brunch에서 자라나는 나의 branch. 오 의도치 않은 라임 완성.
어느 입맛에서 맞는 글도 쓰긴 하겠지만 다양한 식감의 brunch를 만들어보자. 일단 이 글은 내 기준에서 끄쩍댄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