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반년 만이었다.
안 그래도 헐렁한 가톨릭 신자인 나는, 코로나를 핑계로 성당에 가지 않은지 반년 정도 되었다.
고백하건대, 유아세례를 받고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성당에 빠지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적은 없었다. 아, 오히려 '안 가는 게 당연하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계속되는 일요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성당에 가지 않고, 같은 신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가끔 성가를 찾아 듣거나 집안에 있는 십자가를 보지 않으면, 내가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오늘, 어떤 작은 계기로 나는 이사 온 곳에서 처음으로 성당을 찾아 주일 미사를 드렸다. 익숙한 공간 (성당은 어떤 성당을 가도, 공통적으로 주는 같은 '느낌'이 있다), 익숙한 절차, 익숙한 움직임... 아주 오랜만이었다. 익숙함이 주는 평안함을 느껴본 것은.
달라진 점도 있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노래하지 않았다. 오르간 반주만 무심히 흘러나오고, 아주 작게 몇몇 사람이 마스크 안에서 반주에 맞추어 성가를 흥얼거리를 소리만 아주 작게 들릴 뿐이었다.
성당에서는 미사 도중에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는 '평화의 인사'시간이 있다.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에게 평화를 빌어준다는 말, 우리나라에서는 가벼운 목례를 하는데, 외국에서는 포옹도 하고 볼에 뽀뽀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안 하겠지...?) 어른이 되어 막 세례를 받은 내 친구도, 평화의 인사 시간이 참 좋다고 했다. 누구든 평등하게 모두의 평화를 빌어주고 기도해 줄 수 있는 시간.
코로나 시대 이후, 첫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조금 마음이 남달랐다. 최근, 일상의 건강을 빌어 주는 것이 최고의 인사가 되어버렸다. 근데 우리가 더 많이 잃어버린 건 마음의 건강과 평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을 잃어버린 상실감, 분노, 무기력함... 그런 와중에 평화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에게 멀어진 말이 아닐까.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신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원격으로, 온라인으로 가능한 세상. 이번 추석에는 가족끼리도 직접 만나지 마라, 온라인으로 안부 인사하고 효도하라고 하는 세상에, 어떻게 신앙을 가지고 가야 할까.
어차피, 하느님의 사랑은 저 멀리 위쪽 어딘가에서부터, 예수님의 사랑은 저 먼 옛날 어디에서부터 모두 원격으로 오는 것일 텐데... 이 시기에 어떻게 그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