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 아빠가 되어도, 나도 엄마 아빠 있는 사람
38주 5일.
어렸을 때부터 워낙 독립적이기도 해서,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잘 홀로서기를 해 나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막달의 불편함 & 어려움과 맞닥뜨리면서 괜히 엄마 아빠한테 좀 서운해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얼마 전 통화에서는
'엄마, 나 아기 낳기 전에 한번 안 오나~? 아니 시어머님은 반찬도 해서 이것저것 보내주시고 하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안 해 주고 너무 한 거 아니야~~?' 라면서 부에엑! 해 버렸다는...
(남편은 이 얘기를 듣고 뜨거운 효녀라고 나를 칭찬했다 - 불효녀라는 뜻)
이제 다음 주면, 정말 예정일이랑 가까운 것 같아 이번 주에 1박 2일로 오시기로 했고, 어제오늘 엄마랑 아빠가 우리 집에 다녀가셨다.
마침 주말에 아빠 생신도 있어서 같이 축하해 드리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의 축하는 나의 몫,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것은 결국 엄마의 ㅎㅎ 몫이 되어버렸다. 나는 엄마 밥을 먹고 싶어서 초청했으니, 먼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내 막달 응원, 아빠 생신 기념 상, 사위 좋아하는 반찬으로 차린 밥상 등등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식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았다.
내 새끼 낳을 준비는 하고 있어도, 누군가의 새끼에서 독립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방문한 여동생과도 - 여동생은 이미 9, 7살 두 아이의 엄마다.
'언니, 자식을 돌보는 건 끝이 없나 봐. 우리 엄마 아빠 봐봐. 이제 손자 손녀들까지 같이 키워주시고, 신경 써 주시잖아. 끝이 없네 끝이 없어... 허허'
엄마 아빠는 매 끼 식사며, 집에 밀린 일들 (밀린 쓰레기 및 재활용품 정리, 화분 분갈이 등)을 같이 해 주시고, 제일 중요한! 만삭 산모의 운동을 적극 같이 해 주셨다. 걷기 운동만이 살 길이라고 하신 담당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하루 많은 시간을 운동에 할애해야 하는데 이게 추운 겨울에 혼자 옷을 챙겨 입고 나간다는 게 쉽지 않다. 이틀 동안은 엄마 아빠와 함께 혼자는 가 보지 않았을 이 동네, 저 동네도 기웃기웃거리고 등산(!) 가자고 하시는 것을 겨우 만류하여 (등산 다녀오면, 내일 당장 애 낳을 것 같아서...) 옆 동네 둘레길을 거쳐 등산로 입구까지 다녀왔다. ㅎㅎㅎ
아무튼, 오늘의 결론은 엄마 아빠의 사랑은 사랑입니다! 내리사랑은 끝없이 흐른다!
나도... 내 자식을 낳아 보면, 우리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제 조금씩이라도 이해해 나갈 수 있겠지?
두 분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