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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3-2. 나는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제 교사입니다.

by 로지

이전에는 합격자 조회 화면이 뜨기 전까지 너무 긴장돼서 화면을 손으로 가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그대로 화면이 뜨기를 기다렸다.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문구였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엄마..나 합격이라는데?"

"에유..그래 고생했...뭐라고?"

"나 1차 합격했어."

"어머머!!! 내 핸드폰 어디있어? 당장 전화해야지!"


내심 엄마도 정말 바라셨던 순간이었는지 고무장갑을 낀채로 아빠에게 전화하셨다.

그렇게 나는 느슨했던 나를 바로잡기로 했다.

2차 수업실연과 면접에만 집중하기에는 나는 해야할 것이 많았다.

생활기록부도 작성해야 하고, 보충수업도 해야만 했다.


기간제 재계약 면담에서 교감 선생님께서는 내가 학교에 남아주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1차에 붙은 상황이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제안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제가 임용 시험 1차에 합격한 상태라 2차에 집중하고 싶어요. 2차는 또 나중의 일이라 학교측에서는 새로운 분을 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차에 떨어지면 다른 기간제를 구해야지 생각하며 우선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1차 합격과 2차 면접일까지는 고작 2-3주 정도의 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보충수업으로 가득한 내 일상에서 면접과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했다.

내가 찾은 해답은 보충 수업을 수업실연 연습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얘들아, 우리 방학인데 조금 다르게 수업해보면 어때?"

"어떻게요?"

"수업의 일부는 영어로 진행하는거야. 너희가 알아듣기 쉽도록 천천히 여러번 반복해서 말해줄거야. 혹시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평소처럼 수업해도 선생님은 좋아. 어때?"

(웅성웅성)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일단 해보자며 좋다고 대답해주었다.

수업중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국어로도 다시 설명해가면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봤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따라와주었고, 수많은 수업들을 영어로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수업은 어느정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립을 지원했기 때문에 면접도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수업겸 수업실연을 진행했고, 퇴근하면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재단 내 학교들의 모든 영어교과서를 다운받았고, 모든 과의 본문을 공부했다.

수업실연에서 도움이 될까 생각해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모든 버전의 만능틀을 준비했다.

그리고 학교 소개 페이지를 보면서 재단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2주의 시간이 어찌나 짧던지 준비를 해도해도 부족하게 느껴졌고, 점점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1차는 3배수로 뽑았고, 1명의 영어교사만을 뽑는 시험에서 3명이 면접과 수업실연을 기다렸다.

3명 중 1명이 내가 될 확률은 30%가 넘었다.

오빠는 항상 내게 "너는 1차만 붙으면, 2차는 걱정 안해도 돼." 라며, 나를 응원하곤 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고, 2차 시험을 치르러 갔다.




2차는 2일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 근처 숙소를 예약하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먼 훗날 이 학교에서 근무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든든한 지원군인 부모님께서는 추운 겨울날, 면접을 볼 딸을 기다려주셨다.


3명의 영어 면접자와 한 곳에 모였다.

그들이 내 경쟁상대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숨이 막혀왔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모두 여자였다.

사립은 남자를 선호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여자이니 그들 중 1등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자리에 앉아 수업 실연 문제지를 받았다.

수업실연을 하게 될 문제지를 받았다.

재단 내 학교의 모든 교과서를 본 보람이 있었다.

내가 봤던 내용의 본문이었다.

그렇게 막힘없이 지도안을 작성해나갔고, 예감이 좋았다.


그렇게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준비한 모든 것들을 수업에 녹여냈다.


"수험번호 3번입니다. 수업실연 시작하겠습니다. Okay, class!"

"아니아니 잠깐만요."

"네?"

"마스크 벗고 진행해주시겠어요?"


수업 실연을 시작하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청에 나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더욱 긴장하기 시작했다.


'후..그래! 그냥 아빠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자. 할 수 있다. 안되면 뭐 인연이 아닌거지!'


혼자 마음을 다잡고, 수업을 이어나갔다.


"푸하하!"


성공이다.

내 수업을 보던 면접관 한 분이 웃기시작하셨다.

심지어 원맨쇼같은 수업에 대답도 해주셨고, 복도 감독 선생님들도 창문 넘어로 내 수업을 함께 보셨다.

왠지모를 자신감이 솟구쳤다.

면접관도 웃게 만들었다면 수업은 성공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성공적으로 수업을 마쳤고, 기간제 경험을 살려 면접에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학교 전체에서 마지막 면접자였기 때문에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히터도 끄고, 인사를 한 뒤 학교를 나섰다.


"수고했어. 뭐 먹고싶은 거 없어?"

"나 고기! 엄마, 아빠, 나 좀 잘본 것 같아!"

"얼씨구~자만하지마 임마."

"아니야... 내 수업 듣고, 엄청 크게 웃으셨어. 그런데 면접이 좀 걸린단 말이지."


임용 2차를 무사히 마친 내게는 아직 보충 수업과 생활 기록부가 남았다.

시험을 마치자마자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수업을 했다.

수업을 할 때는 괜찮았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긴장되기 시작했다.

합격자 발표일에도 나는 여전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 중간중간에는 확인할 수가 없어 교무실로 돌아간 후에야 합격자를 조회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교무실에서 합격자 조회를 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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