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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3-3. 나는 정규직 교사입니다.

by 로지

드디어 결과를 확인할 순간이 왔다.

1차 합격자 결과 발표 때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긴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2차 합격자 발표날에는 유독 긴장이 많이 되었다.

여기까지 오니 욕심이 나는 것이다.


방황 끝에 욕심 낸 "교사"의 꿈을 이루기 직전이다.

교무실이어서 그랬는지 더욱 긴장되었다.

떨어져도 울 수 없고, 합격해도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없다.

재계약을 제안해 주셨던 당시의 학교에서는 임용에 떨어지면 꼭 학교에 남아달라며, 기다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예쁜 아이들과 1년을 더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았지만 기간제 교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수험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합격자 조회를 했다.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합격이라니.. 너무 기뻤다.

나도 모르게 교무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같은 날 일하러 학교에 출근하신 학년 부장 선생님께서는 나를 힐끗 보시더니 물어보셨다.


'붙었죠? 축하해요!'


동교과를 담당하고 계셔서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나의 합격도 축하해 주셨다.

그렇게 화장실에 가서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에게 차례로 전화했다.

오빠는 될 줄 알았다고, 1차 합격하면 너는 2차는 무조건이었다고 말하며 축하해 줬다.

전화를 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화장실에서 나서는데 영어과 부장님께서도 내 표정을 보시곤 축하해 주셨다.


저 멀리 앉아계시던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도 "축하해요!"라고 말씀하시며 학교를 물어보시곤 학교 좋다고 정말 축하한다며 진심으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바로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임용 최종 합격을 해서 떠나게 됐다고 말씀드렸다.


학교에서 감사했던 선생님들께는 따로 인사를 했다.

내 첫 사회생활을 따뜻하게 감싸주셨던 분들이기에 내 나름의 작은 선물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행복하게 남은 일들을 마무리하고, 새 학교에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급하게 집을 알아보고,

새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건강 검진을 하고,

필요 서류를 채워 학교에 방문했으며,

바로 교사 연수로 떠나게 되었다.


교사 연수에서 다른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에 바빴다.

연수에서 두 번째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번 학교에서도 역시나 막내였다.

혼자 독서실에서 임용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마치 이만큼 나이를 먹었는데 아직 취업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라기엔 이미 졸업을 했고, 일을 한다고 하기에는 기간제였다.

그게 왜 그렇게 창피하다고 생각되었는지 모른다.

새 학교에서도 난 여전히 막내였다.


경력 있는 막내가 들어왔다며, 선생님들께서는 더 예뻐해 주셨다.

업무 흐름을 다 알기에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예쁜 친구들을 담임반 학생들로 만나고, 이전에는 시도해보지 못한 다양한 수업을 준비했다.


기간제와는 무엇이 다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업무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 자격을 보았다.

이제는 '기간제 교사'가 아닌 '기간제 해당 없음'으로 나오는 칸을 보며 혼자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이제는 연금도 넣게 되니 정말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 이제 정규직이다!!'


작년의 나는 교직에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웠지만 올해는 조금은 더 나아진 내가 되고 싶었다.

동료들에게도 이제는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들에게도 더 양질의 지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치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처럼 설레했다.

아이들보다 훨씬 신났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학교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즐거웠다.


역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맞았다.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이 힘든 날은 없었다.

동료 선생님들께서도 정말 따뜻하게 잘해주셨고,

여기가 내 평생직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정규직 교사가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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