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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걔 동생이구나?

1-2. 네가 걔 동생이구나?

by 로지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나는 그저 너무 평범했다. 아니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게 보통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쟤가 걔 동생이래!"

"어디 어디???"


그렇다. 조용하고 싶었지만 눈에 띄는 오빠를 둔 덕에 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됐다. 점심시간 혹은 교정을 거닐 때면 어디선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내 꿈을 찾는 것만 해도 벅찬데, 속이 시끄러운 것을 넘어 이제는 밖도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수업 중에는 마음 밖의 소란은 여전했다.


"네가 걔 동생이라며? 오빠랑 참 다르다."

"쌍꺼풀이랑 보조개랑 있을 건 다 있네. 그래도 네 오빠랑 바꿔서 태어났으면 참 좋았겠다. 외모도 성격도."


놀랍게도 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직접 그것도 수업 중에 해주신 이야기들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이야기들.

고등학생이었던 어린 나에게 왜 그런 뾰족한 말들을 서슴없이 하신 걸까?

애정이 어린 듯한 말투에 상처 주는 말이 더해지니 받아들이는 내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웠다.

오빠와 달리 나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인 걸까?




오빠는 나와 2학년 차이라 곧 졸업하고 떠났지만, 그 존재감은 지워지지 않은 듯했다.

수학 과목에서 전교 1등을 한 날, 수학 선생님께서는 교무실에 들어온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아, 역시! OO이 동생이라 너도 수학 잘하는구나!"

"선생님, 그건 아니죠. 저는 누구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한 거예요!"


타인의 무신경한 말로부터 나를 지켜낸 첫 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그저 더 정겹게 칭찬을 해주시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나를 위한 온전한 칭찬이 아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누군가의 동생이 아니라 그대로의 내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잘해도 못해도 다 오빠와의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내가 보기에도 자랑스러운 오빠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참 좋았다. 똑똑하고, 착하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오빠가 나도 좋았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너는 잘한다며, 재능이 있다고 유일한 내 편이 되어주는 오빠가 좋았다.


하지만 비교까지 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교를 당할 때면 때로는 오빠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오빠를 원망한 나를 다시 질책하곤 했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또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나를 집어삼키는 순간이 싫었다.


그저 나이고 싶었고, 나의 쓰임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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