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진로가 꿈?
누군가의 동생이 아닌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
나의 쓰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오빠만큼은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때가 비로소 나 스스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본 첫 순간인 것 같다.
고등학생인 내가 생각한 나의 장점은 3가지 정도였다.
1. 긍정적인 성격
('아니면 말지 뭐'라고 생각하는 것)
2.발표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견딜 수 있고, 좋아하는 편)
3. 사교적인 성격
(사람들을 좋아해서 함께하는 것을 좋아함)
물론 3가지 중에 '공부할 용기와 끈기'는 없었다.
사람마다 쓰임이 있으니 나의 쓰임에 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 도전은 ‘리더가 되어보기'였다.
오빠는 공부에 집중했지만 나는 교내 활동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교내 활동의 꽃은 동아리였다.
그렇게 동아리에 가입하고, 리더가 되어보기로 했다.
동아리 홍보 기간에 마음에 드는 동아리를 눈여겨보았다.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내 성격상 여러 사람과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활동을 하면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 동아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봉사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기장이 되어 봉사 활동을 이끄는 선배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빛나보였다.
또 동아리원들을 인솔하고, 활동을 기획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떨어지면 말지 뭐’라는 생각으로 기장(해당 기수의 리더) 후보에 내 이름을 올렸다.
“1학년 기장 할 사람? 먼저 자원받을게.”
“저요!!”
“선배, 저도 이름 넣어주세요.”
그렇게 다른 경쟁자 1명과 기장 후보에 올랐다.
나를 위한 무대가 준비되었으니 즐겨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기장 후보 1번입니다. 봉사 활동은 무작정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타인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기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여러분과 함께 의미 있는 동아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후보 연설을 마쳤고, 투표가 진행되었다.
나와 함께 나온 친구는 남자였기 때문에 동아리원들 중 남자인 친구들은 모두 그 친구를 뽑을 것만 같았다.
남자 친구들의 숫자가 많아서 불현듯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표가 시작되었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운이 좋게도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나는 동아리 기장이 되었다.
그게 아마 나의 의미 있는 첫 성취였던 것 같다.
우선 잘하는 것들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꿈을 꿀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다음 도전으로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함께 하자는 친구의 권유로 출마했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아쉽게도 낙선했지만 반장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다양한 활동에 몰입한 나머지 '꿈'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들처럼 대학 진학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꿈'이 아닌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경영학과가 취업이 잘 된대."
당시에 문과에서 가장 인기 있던 과는 경영학과였다.
취업이 가장 잘 된다며, 너도나도 다 경영학과에 진학을 희망했다.
'경영'이라는 말이 나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고,
언어에 흥미가 있어 '영어영문학과'를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며 담임 선생님이 두 분이나 영어 선생님이셨다.
두 선생님 모두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셨고,
영어를 좋아했던 나는 선생님들의 열정에 반해 '영어교육과'로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매번 내 진로 칸을 채우는 단어는 ‘영어 교사’였다.
진로의 뜻을 온전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모두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바빴다.
진로를 꿈이라고 생각한 고등학생은 꿈이 없는 대학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