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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선생님!

2-2. 나도 선생님!

by 로지

교육 봉사는 더 이상 봉사가 아니고,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땅에 발바닥이 붙듯 날씨가 너무 더운 날,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신발과 양말이 하나가 된 날,

무수히 힘들었던 많은 날들이 있었다.


영어를 싫어하더 아이가 영어 성적을 자랑하던 날,

나에게 누구냐고 묻던 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던 날,

아이들의 성장이 유독 눈부시게 빛났던 날,

무수히 좋았던 많은 날들도 있었다.


확실한 꿈을 가지고 대학에 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내가 선생님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생님이라는 꿈이 내 마음 한편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성장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할지 생각했다.

그렇게 어렴풋이 이상적인 교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우선은 임용 시험을 목표로 졸업을 하기로 다짐했다.

임용 시험을 위한 자격을 위해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치르고,

졸업을 위해 졸업 시험을 치르고,

또 졸업을 위한 토익 점수를 만들었다.


임용 시험의 2차에서는 수업 실연과 면접 중 일부를 영어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침에는 전화 영어를 알람 삼아 일어났다.

수업 시간 이외에는 선배들과 친구들과 스터디를 진행했다.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면접 답변도 구상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사실 맛보기에 준하는 정도의 공부량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간절하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무지함과 안일함으로 무장한 대학생이었다.


그렇게 예비 졸업생인 나의 임용 시험날이 되었다.

시험장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임용 시험장에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어..? 선생님…!”

“어… 그래.. 오랜만이다. 시험 잘 보고!”

“네, 선생님도요!”


임용 시험의 무게를 몰랐던 나의 정말이지 배려 없는 행동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차라리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갔으리라.

그렇게 얼렁뚱땅 첫 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난 뒤,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왔다.

나의 철없는 행동에도 선생님께서는 초콜릿을 챙겨주셨었다.

시험장을 나서면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는 선생님의 응원을 받았다.

시험에 떨어질 것을 확신했던 나는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울 점이 많고, 존경스러운 선생님이 꼭 교직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기를 빌었다.


그렇게 준비된 것이 없는 채로, 준비로 무장한 사람도 떨어진다는 임용시험을 치르고,

결국은 합격자 조회 날 “1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주했다.


큰 기대는 없었기에 ‘이제 졸업도 했으니 제대로 준비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

지나고 보니 임용 시험을 처음 본 순간부터 합격의 순간까지 나름의 추억이 쌓였다.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수없이 방황하는 시간이 추억이 되기까지는 꽤 오래 걸린 듯하다.


시험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을 뿐 그들이 더 필요한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합격은 내가 다른 곳에서 능력을 펼칠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단어에 불과하다.

좌절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은 다시 도약할 기회의 순간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고3 수험생활로 인해 지친 아이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한다.

고3은 그래도 친구들과 추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고,

하지만 지나야 비로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고.

조금만 견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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