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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19. 2021

과연,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인공지능과 소설가의 글쓰기

글 쓰는 사람에게도 늘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질문.

" 과연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있는걸까? "

있다면 무슨 노력을 다해서라도 알아내려고 노력할텐데 말이다.

 

이 질문은 학창시절 그 흔한 질문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

정말 웃음이 피식 나오는 우문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질문을 한 사람의 정확한 심리는 공부는 하기 싫은데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그런 심보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쉽게 점수를 따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그런 욕망인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뿐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한 것 뿐이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성취를 이룬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득도 하듯이 꺠달음을 얻게 된 것이 아니다.

 

베스트 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인  '넛지' 라는 책에 나온 1만 시간의 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어떤 일이든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을 더하면 전문가에 준하는 재능을 개발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말이 그렇지 1만 시간이라는 물리적 양은 마치 게임의 만렙 처럼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일 지도 모른다.

일년동안 하루에 5시간을 집중적으로 하더라도 1825 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1만 시간은 꾸준함의 다른 말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계속할 수 없는 어떤 일에서 어떤 성취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누구나 글 쓰는 방법을 고민 하듯이 글을 잘 쓰는 것이 쉬운 일임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방법이 생겨난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저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잘 쓰려고 하기때문에 펜을 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아니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는 글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는가.


한글을 배웠을 때를 떠올려 본다.

하나 하나의 단어들을 먼저 익혔을 것이고 그 단어를 이어서 짧은 문장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사소한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는 아주 한정적이다.

초등생 정도의 단어만 쓰고 있지는 않은지.

자주 쓰는 SNS 문자는 마치 암호처럼 초성화된 낱말들로 구성되며 감정의 표현들은 이모티콘으로 대체되었다.

그나마도 귀찮으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스티커를 쓰면 되고 음성지원까지 되니 스스로 문장을 만들일이 없어져버렸다.

스마트폰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로 점점 진화하는데 인간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학교 때는 친한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다 외웠고 졸업 후에는 왠만한 길은 지도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길을 찾았다.

지금은 가끔씩 내 전화번호도 헷갈리며 네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는 운전을 할 수 없다.

이러다 어느날 뇌가 텅 비어 버리게 되는 것은 닐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

 

뇌는 자극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체계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언어라는 도구이다.

각 낱말에는 그에 해당하는 뇌의 영역이 있고 그 단어를 쓰면 그 영역이 활성화된다.

뇌의 구조를 연구하는 뇌과학은  뇌세포의 연결망인 뉴런의 지도를 밝혀내고 있다.

뉴런은 신경세포로 각 세포의 정보 전달을 담당한다.

이 신경망의 분포 지도를 보면 마치 세계 지도 안에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수많은 선들을 볼 수가 있다.

각 나라마다 공항이 있지만 유독 다른 곳 보다 더 많은 연결편이 가진 곳이 있고 이곳을 흔히 허브 공항이라 부른다.

유럽의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가 그렇고 아시아의 홍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대부분 유럽 여행을 할 때 몇 개국을 며칠 동안 여행하느냐에 상관없이 파리 인 런던 아웃을 선택하지 않는가.

얘기가 다소 길어졌지만 허브 공항이라는 비유를 통해 뇌의 핵심 통로를 이해시키기 위함이다.

항공편처럼 각각의 독립체인 뇌세포를 이어주는 뉴런의 패턴을 커넥트톰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우리가 자동적으로 연상 기억하게 되는 패턴적 사고이다.

사람마다 어떤 특정한 부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가 있다.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 부분에 열변을 토할 것이며 골프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주제를 꺼내더라도 골프와 연결시켜 얘기를 한다.

결국 그 부분의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자동 반사적으로 연결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대화 중이나 글 속에 주로 쓰는 단어를 살펴보면 당신의 관심사와 당신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른다고 생각될 때는 이러한 것들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사고를 비쳐줄 수 있다.

어떤 사고가 지배적이며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지 평소의 습관적인 말 표현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뇌사고를 역으로 이용하여 내가 쓰는 단어의 표현을 바꾸고 새롭게 어휘를 늘려본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조금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지게 되고 뇌의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켜 교통의 흐름처럼 잘 돌아가는 교차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장을 만드는 힘은 결국 단어에 있다.

단어의 용례를 다시 배우고 나의 어휘집을 풍성하게 만들어 본다면 문장을 만들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결국 답은 쉬운 곳에 있는 것이다.

멋있는 표현, 멋드러진 문장이 어느날 뚝딱 하고 마치 계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우스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매일 매일 새로운 생각을 길어올 수 있는 단어를 찾아 지식의 창고에 쌓아놓는다.

그 하나 하나의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되고 단락이 되고 글이 구성된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아하! 하고 무릎을 치며 그 논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위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한 단어를 쓰면 그에 어울리는 최적의 단어를 이타베이스를 통해서 찾아낸다. 이를테면 연관 검색어에 해당한다

가장 많이 연결되고 언급된 두 단어가 최적의 호응을 이루게 된다.

그렇게 한 문장을 만들면 또다시 그 문장에 어울리는 최적의 문장을 똑같은 방법으로 찾는다.

 

인간인 소설가의 글 쓰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소설가라고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머리 속에서 완성하여 플롯을 짜내고 글을 쓰지 않는다.

대강의 아이디어와 주제를 가지고 일단 한 문장을 만들어 본다. 그러면 거기에 이어지는 문장이 무의식의 흐름처럼 연결되어 떠오른다.

그렇게 쓰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쓸 때 전개와 결말을 미리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도 깜짝 놀랐었다.

그들도 자기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모른다니...

작가가 시대와 인물을 뚜렷하게 설정하여 무대를 만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극중 인물들이 스스로 말을 한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 또한 그러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쓰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라고. 소설이란 쓰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임을 '말하다' 라는 책에서 말한다.

심지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자신도 소설의 결말이 궁금하여 타로카드를 치면서 힌트를 얻는다고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소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다음 날 쓸 첫문장을 완성해두고 그날의 글쓰기를 마친다고 한다.

첫문장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워서 몇시간 동안 빈 공백을 쳐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느낄 것이다.

 

당신이 글을 쓰고 싶다면 일단 단어부터 모아두자.

그리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딱 한 줄만 생각해 놓자.

그 다음은 단어와 단어가 알아서 모여서 다음 문장을 찾아낼 것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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