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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Oct 07. 2021

와인의 일곱가지 컬러를 알고 있나요?

화이트와 레드가 전부는 아니잖아~

'와인'하면 안그래도 어려워 죽겠다는 이들에게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 당신은 와인의 컬러, 몇 가지를 알고 있나요?"


화이트와 레드 정도라면 초등생.

로제를 떠올린다면 중등생.

오렌지를 답한다면 고등생.

루비와 토니를 말한다면 대학생.

앰버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과연 당신은 ph.D 박사.

 

물론, 당신의 Attetion을 이끌기 위한 의도였으니 흥분은 금물,

그저 다양한 와인의 세계에 이끌기 위한 저자의 장치이니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와인에 이렇게까지 많은 컬러가 있는지 나 또한 최근에 이르러 서야 알게 되었다.

각각의 색깔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양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 것이니

컬러는 와인의 특성을 유추하는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게 된다.

 

" 화이트와 레드 품종이 꼭 다른 것은 아니다 "


비밀은 바로 포도 껍질에 있다.

포도 외피의 안토시아닌 색소가 붉은 색을 만드는 것으로 레드 와인의 경우는 포도 껍질을 넣어 발효시켜

붉은 색을 띠게되고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발효 전에 껍질을 분리한다.

물론 청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품종도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껍질에서 오는 타닌에 의해 와인의 성격에 특징이 부여되며

화이트 와인은 타닌 대신 과일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산도로 맛에 생기를 더한다.

 

" 로제 와인 하면 프로방스가 떠오른다."


바닷가 항구가 보이는 해변의 노천 까페 테라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부야베스에 곁들이는

화려한 핑크빛의 장미를 떠올리게 하는 로제.

로제의 원조는 프랑스의 남부, 고흐,세잔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프로방스이다.

옛날 프로방스의 구전이야기에 따르면 어떤 어부가 태양을 헹구고 절여서 분홍빛의 와인을 얻었다고 한다.

스토리 만큼이나 로맨틱하며 신성한 기운이 깃든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한 몸으로 받고 있는 프로방스는 높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땅이다.

프랑스에서 로제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으로 생산량의 70%가 로제이다.

로제라고 품종이 다른 것은 아니고 보통 레드와인 종류인 그르나슈, 시라, 무드 베드르 같은 포도로 만드는데 껍질을 살짝 담구었다 빼기 때문에 옅은 분홍빛을 띠게 된다.

따라서, 타닌이 적고 바로 음용하기 좋기 때문에 병입후 바로 마시기에 좋다.

로제는 생각보다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린다.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지만, 깔끔한 피니시로 기름진 음식과도 마리아주가 뛰어나다.

 

"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들었다? "



물론 오답이다. 오렌지 와인은 요즘 뜨고 있는 내추럴 와인을 일컫는 부류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내추럴 와인은 말그대로 자연적인 방법으로 양조한 와인으로 무엇도 첨가하지 않고 또한 무엇도 빼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에 첨가되는 유일한 보존제인 이산화황을 없애거나 줄이고 발효 후에 생기는 효모 찌꺼기 또한 필터링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추럴 와인만의 특별한 무드와 산화왼 와인에서 오는 오묘한 빛깔이 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내추럴바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의 유행에는 트렌디한 인플루언서들의 SNS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건강에 좋고 숙취가 덜하다는 썰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진정한 내추럴와인이 되려면 포도 재배에서 부터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만든 유기농 이거나 바이오 다이내믹 인증을 받아야한다.

소비자들은 내추럴 와인과 오렌지 와인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보다 정확히 따지자면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품종의 와인을 포도 줄기와 씨까지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보다 짙은 오렌지 빛깔을 띠게 되는데, 약간 붉은 빛깔이 도는 품종인 게부르츠트라미너  또는 피노 그리 품종을 쓰기도한다.

와인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조지아에서는 8천 년 전부터 백포도 껍질과 즙을 으깨어 암포라에 담아 땅속에 묻어 발효를 시켰다.

따라서 오렌지 와인은 새로운 와인이라기 보다는 고대로부터 사용했던 와인의 방식이다.

 

" 토니와 루비는 포트 와인의 종류이다. "

 

포트 와인은 주정강화 와인의 카테고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포트는 알콜 함량이 20% 전후로 상당히 높다.

포르투갈에서 만들기 시작한 포트 와인은 영국으로의 수출을 위해 만든 와인으로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다.

영국은 백년전쟁으로 프랑스의 보르도 지역을 빼앗기고 교역이 중단되어 더이상 프랑스로부터 와인을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

상인들은 영국에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적당한 와인산지를 물색하게 하던 중 가까운 포르투갈을 선택하게 되었고 도우루강이 있는 항구, 오포르투(oporto)에서

선적했기 때문에 포트(porto)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래는 포르투 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17세기 영국에 의해 알려졌기 때문에 영국식 발음인 포트로 불리고 있다.

초기에는 배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무더운 날씨로 인해 번번이 와인이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상인들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인위적으로 첨가해서

보존성을 높이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포트 와인 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더해져 영국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게 된다.

포트 와인은 알콜 함량이 77% 정도 되는 브랜디를 첨가하여 만들며 발효가 중간에서 멈춰지기 때문에 잔류 당분이 높아 단맛이 강하고 과실향이 풍부하다.

보통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식후주로 이용된다.

 

루비(Ruby) 포트는 포트와인의 종류로 주정강화를 한 뒤 큰 배럴에서 보통 18개월에서 2년 정도 숙성한다. 산화를 줄이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조를 쓰기도 한다.

산소 노출이 적기 때문에 붉은 루비색을 띠게 된다. 붉은 열매, 무화과, 자두 등의 풍미를 지닌다.

토니(Tawny) 포트는 훨씬 작은 오크 통에서 장기간 숙성한 와인으로 산소 노출이 많아 황갈색을 띠게 된다.

기본 3년에서 10,20,30,40년 까지도 숙성하기 때문에 상당히 진한 오크향과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 귀부와인의 로얄 컬러, 앰버 "


귀부(pourriture noble)는 귀한 부인이 아니라 귀한 균을 뜻한다. 포도가 익을 무렵 포도껍질에 보트리티스 시테레아(Botrytis Cinerea)라는 귀부균에 의해 감염된 포도로

약간 건포도와 같은 형태로 수분이 빠져 당분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포도로 양조한 와인을 귀부와인이라고 하며 고품질의 스위트 와인이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한 잔 정도 밖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일일히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기에 상당히 고가이다.

대표적으로는  '샤또 디켐( Château d'yquem) ' 이라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명품 와인이 있다.

보르도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소테른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이 지역에서는 포도는 가지를 제거하지 않고 착즙하며 발효는 2~8주 정도 오래한다.

헝가리의 토카이나 독일의 베렌아우스레제도 같은 타입의 와인이다.


와인의 세계는 이처럼 깊고도 넓다.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어떻게 그 모든 와인을 알고 권할 수 있겠는가?

각 각의 와인에는 고유한 빛깔과 함께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부디 자신이 아는 와인, 맛 본 와인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와인의 미각을 탐험하는 용기있는 프런티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인생은 당신이 선택한 것들의 총합,

그것은 한계가 될 수도 있고

무한히 뻗어나가는 세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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