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고 싶다.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은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라 여기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뉴스를 보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일,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지킨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내 일이 아니던 일이 더 이상 남 일이라고만 여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이는 아이의 삶을 살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아이의 삶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야 내가 외면하던 사회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아이들도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널 것이고, 수학여행도 갈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쉬는 날 친구들과 축제의 거리로 놀러 가서 젊음을 뽐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이런 평범한 하루를 보낸 후에, 더 이상 어제와 같은 내일을 맞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야 애통한 마음에 가슴을 부여잡는다. 부끄럽다. 이렇게 이기적인 모습이라니.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심해보니 고작 나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내 일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뻔한 결론을 꺼내어 든다. 다른 방도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마주한다.
원칙을 따라야지, 하는 일의 이유를 늘 견주어야지, 급하다고 서두르지 않아야지, 남들이 해왔다고 무조건 그것이 옳다 여기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 본다. 우리 모두가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내 일을 마주하다 보면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게 되지 않을까. 무력감에 매몰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세워 내가 서 있는 곳을 본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작은 일일지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것, 여기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자.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 모두의 평안을 위해 작은 두 손을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