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말간 사람들의 이야기
브런치북 매거진을 마무리하는 두 작품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고 온 <말모이>와 <주먹왕 랄프2>로 하려 한다.
개봉 전 시사회로 <말모이>를 보았다. 말모이라는 제목은 생경했지만 어쩐지 유추가 가능했고 유해진과 윤계상의 조합이라니 영화 보면서 유머가 없어서 지루할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윤계상의 작품 선택 능력'을 믿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원래도 사전 조사는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포스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만을 가지고 들어갔다 왔다. 말모이, 말을 모아 놓은 것.
먼저 이 영화의 TPO는 엄마와 함께하는 저녁 마실. 이 세 가지 조합에 가장 적절히 어울렸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재와 배우 덕에 극장에는 어머니와 함께 온 젊은이들도 많았다. 유해진 배우가 세대를 막록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임을 한 번 더 뒷받침할만한 작품이다.
또한 악역을 자주 맡은 김홍파 배우의 그저 서글서글하고, 나를 힘들게 한 사람까지 용서하는 마음을 보이는 선한 심성을 보는 것은 배우는 과연 배우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언제나 감초인 우현 배우는 말할 것 없고.
너무나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때문에 비슷한 역할을 맡는 것이 아쉬운 김태훈 배우.
이번에도 그, 그대로의 모습으로 연기해주었다.
한결같은 김선영 배우. 어떤 역을 맡아도 잘 하는 배우이다.
아이 엄마면 보통의 모성애를 아이가 없는 사회인 여성이면 정말 그녀의 인생이 그럴 것이라 상상하게 만드는 배우. 이번에도 국어학자로 보이게 했다.
민진웅 배우는 평범하고 어딘가 살짝 약한 인물을 주로 연기하는데 아무래도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하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유해진과 윤계상. 더 많이 붙여놓았다면 혹은 좀 더 깊은 말을 하게 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배우 한 사람과 한 사람의 합이 2이 상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1 더하기 1은, '하나나 두 개' 느낌이랄까. 두 배우가 정을 붙이는 과정을 조금 더 밀도 있게, 그리고 그 여타의 장면들은 긴장감있게 커트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너무 예쁜 두 아역은 어른 배우들과의 케미를 통해 극에 재미를 더해줬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우 모두 각자의 연기를 잘 해내 주었다. 그들의 연기가 모이는 장면에서 케미가 '모이'는 느낌이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깨끗하고 맑은 영화였다. 조선어학회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밀정이나 암살과 같은 긴장감은 없다. 스펙타클함도 덜 하다. 하지만 엄유나 감독 특유의 미안함을 이용한 착한 영화, 이번 까지는 무리없이 맑음을 그려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