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로운 나날

라이킷 1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유록 Sep 23. 2018

독전 : 류준열의, 김주혁의, 진서연의 영화

빌리버

상반기의 핫한 영화였던 <독전>
주로 감상하는 분야의 영화가 아니라서 처음부터 눈이 가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 류준열 배우가 나오는 것도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었다는 점도 이 영화를 한 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이해영 감독의 영화로, 그는 서울예대에서 광고 창작학을 전공하고 천하장사마돈나를 연출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독전이 이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필모를 보다가 독전의 센 느낌을 보면 의아하다. 그리고 캐스팅을 보면 한 번 봐야겠다 싶은 영화이지 않나.

'빌리버', 믿음.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스포는 없고 인물 한 번 기록하고 넘어가는 리뷰가 될 것 같다.

독전의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보고 가능한 서사를 탈탈 털어본다면 한 작품 정도는 넉넉하게 나올 것 같다.
평론인들의 코멘터리를 통해 보니, 센 캐릭터 옆의 센캐 그리고 그들보다 더 센캐. 정도로 설명이 된다.

도입부에 강렬히 등장하고 뚝배기에 머리 박고 퇴장한 김성령 배우의 오연옥 캐릭터. 원작에서는 남성이었다고 했는데 캐릭터의 성을 바꿨다고 한다.
전혀 위화감 들지 않는 등장. 몰입력이 상당한 배우라고 한다. 엄청난 준비를 해오는 분이라고.

전에도 몇 번 본 배우지만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보는 얼굴. <더테이블>에서 정유미의 눈치 없는 구남친 역으로 나온 배우.
너구리 같다. 묘하게 꼬여있는데 미워하기는 또 어려운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류준열.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이다. 워낙 이 장르의 영화를 열광하며 보는 편은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 배우 영향이 9할이었다.

류준열의 캐릭터는 항상 좋다. 그의 연기는 본인의 캐릭터를 '딱 거기 있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고야 만다. '세밀한 선' 같다.

다만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 그런 거거든요." "연기는 그래야 하거든요." 등의
오히려 익어서 고개 숙인 벼들은 하지 않는 말을 선배들 옆에서 하고 있는 걸 보면 좀 편하지 않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 독전이 완성된 것이 2년 전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에도 연기를 잘 했구나 류준열은. 새삼 그래서 무섭다.

감독, 주연배우 둘(조진웅, 류준열) 코멘터리를 보았다.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라고 한다.
컷 들어가 봐야 알겠는데?라는 말로 주변의 배우들과 감독을 불안하게 만들었었다는데, 슛 들어가고 나니 너무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한다.
배우가 가진 흡입력. 정말 '약쟁이' 같았다. 소름 돋았다는 말이 가장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희고 잘생긴 청년이 락이었다고 하는데
그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미 영화를 보고 난 후라서 그런가, 락 역에 류준열 외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보령 역을 맡은 진서연 배우.
scene에 저렇게 녹아들어서 놀 수 있다니

진배우는 출연진 라인업을 보고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 장면 컷마다 자기 너무 미친 것 같지 않냐는 말을 하며 감독과 모니터링했다고.
이 배우가 작품에 그 정도로 약쟁이 딱 그렇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고 김 배우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현장에서 잘 품어주고 이끌어주었다고.

사람이 사람을 끌어주는 힘, 보듬어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조진웅
나는 왠지 그의 캐릭터,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 얼굴을 가지고 사는데 그 얼굴에 담긴 모습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진 얼굴을 바라보는 각도와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로 각각의 순간마다 달라 보이는 건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배우에게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모습을 달리하는 건 아닐까. 기우이길 바라지만.
모든 사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너무 고무줄처럼 체중을 조절하는 게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처음 보는 조진웅의 얼굴을 찍은 것에 이 감독은 좋아했고.

어쩌면 그 모습이 이 독전에 나오는 형사 캐릭터에 딱 들어맞을지도 모르겠다.
'나 믿냐'는 락의 질문을 항상 받는. 믿음을 찾고야 말겠다는, 그리고 그 결론부에 잘못된 믿음을 찾아낸 그. 그리고 결국에는 믿음의 대상을 맞닥뜨리는 그.

주영 & 김동영 배우

이 영화에서 눈부신 장면들을 만들어준 배우들이라 생각한다.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몸짓으로 부족함 없이 표현해준 이들.
주영배우도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만들고 있겠고, 김동영 배우는 전에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가 기대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배우다.

원래 이 남매도 형제였는데 1명의 성을 여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

정말 중요한 캐릭터지만 언급하지 못한 차승원, 박해준 배우의 캐릭터 또한 강렬했다. 말해 무엇하랴.

류준열의 수화는 아주 매력적이야.
6월에 수화 강의 신청하고 1번도 못 들으러 간 것이 아주 후회되는 지점이다.

이 건 스틸 컷 해도 좋을 장면이다.

느닷없이
한국의 멋
이런 느낌.

여행 가고 싶다 -

노르웨이.
원래는 필리핀의 바다였는데 로케 장소를 바꿨다고 한다. (제작비 문제로 결정이 어려웠다고.)

도저히 락과 형사의 반팔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선택이 얼마나 멋진 장면을 만들었는지.

이 둘 정말 귀엽다.

** 주목 **

개인적으로 너무 감탄했던 장면이다. 영화 리뷰와는 다른 시점에서 말이다.
저 장면은 거의 강동원이 우산을 들어 얼굴을 내어 보이던 그 장면에서의 탄성과 같았다.
폴라에 베스트에 바지에 신발 너무 심플하고 쉬운 조합인데 저 전신샷에서 텍스쳐가 느껴진다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가장 가까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근하게 살을 감쌌는데, 옷은 역시 바람막이 그 이상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