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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May 16. 2019

미성년 (2019), 연결과 연대

김윤석의 영화였다가, 그가 녹인 캐릭터들이었다가.

꼭 봐야지 했던 영화를 어느 주말에 혼자 보았다. 예상치 못한 일정 변동으로 세 시간 정도가 생겨버렸고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부모님 없는 집에 하루 종일 혼자 남은 휴일의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휴일의 적적한 청소년의 기분을 입고 본 <미성년>은 가족이라는 프레임과 동시에 가족의 구성원 각자의 상황 반응에 시선이 가게 했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갔을지 궁금해하며 극장으로 들어갔다.


 이 영화는 김윤석으로 시작해서 다른 배우들로 끝났다가, 곧 또다시 김윤석을 기대하게 한다.


*

캐릭터, 디테일.

**

카메오도 눈에 익는다.

***

신선함 하나, 당황함 둘.


이 세 꼭지로 미성년을 읽어 보았다. 영화를 보고 온 바로 당일에 쓸 것을, 꼭 이렇게 '늦게나마 하는 기록'이 될 때까지 오다니.

*

캐릭터, 디테일


<미성년>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캐릭터,  배우에 눈이 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견과 비공감의 감상도 분명 있을 테지만 배우론에 입각한 영화 감상이 많은 편이라서 아무래도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배우들을 캐스팅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지지 않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염정아 배우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통해 약점을 숨기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는 남편의 외도를 전해 듣고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부여잡는 엄마이자 여성을 맡았다.


- 남편이 외도를 한 것으로, 그녀의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봐온 영화들에서 남편의 외도를 마주한 여성은 대부분, 사실을 알게 된 후 '자기 파괴'를 일삼았다. 마치 '내게 나를 파괴하는 권리쯤은 있잖아.' 하듯이  보란 듯이 자신을 괴롭히고 허물었다. 그러나 염정아의 '영주'는 자신을 파괴하지도 슬픔에만 빠져있지도 않는다. 그녀가 힘들지 않아서, 충격받지 않아서 잠자코 생활을 이어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삶을 계속하는 그 담담하게 성실한 모습은 영주의 높은 자존감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다만 이런 부분을 '센  여성' 느낌으로 단순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디테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섬세한 연출이 드러났다.



너무 가여운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빚은 상황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가장 시선을 거두기 어려웠던 인물이 누구였냐고.  


스스로 던진 저 질문에서 김소진 배우를 꼽았다. 유독 스크린에서 살아있는 얼굴을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던 배우였다. 김소진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더 킹>이었는데, 그때도 영화 판에서 톡톡 튀어 다니는 활어의 느낌을 받았었다. 연극 경력이 긴 배우라고 하는데, 연극을 그만두고 영화판에 온 것이 아니라 둘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연기가 살아 있는 것은 아마도 그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병원에서 대원에서 전화를 하던 미희의 모습을 연기한 김소진은, 압권이었다.


내 세상이 헝클어지기 원하지 않아

이 배우는 다른 의미보다는, 눈여겨보던 배우이다. 이 배우가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려는 인물이 무엇일까.

아직까지는 그녀의 연기가 퉁명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미숙한 어른들을 바라보는 '어린 면모를 잃은' 젊은이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는 얼굴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286285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를 본 독자들이 있을까,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언젠가 이 웹툰에 대한 리뷰를 남기게 될 것 같다. 이 영화와의 관련은,  가장 최근에 본 <불륜 만화> 부분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

김윤석 감독이 이 웹툰 시리즈 안에 있는 작품을 영화화 해 주었으면 어떨까.

가장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자체로 정말 청소년을 만들어낸 박세진 배우.


청소년은 본인도 남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열매 같은 존재이다. 말도 안 되지만, 그로 인해 존재하는 시기이다. 자존심이 전부이고,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통해 이해되는.

당사자이나 가장 변두리의 인물.


당사자이자 가해자로 여겨지는 인물을 가장 변두리로 몰아 두었다. 이 영화가 그래도 어느 정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새삼스럽게 염정아의 옆선은 아름답다.

딸이라면 와 닿았을, 울컥했을 장면.

도시락 가방을 전해주는 저 마음을, 딸이면 모를 수 없다. 맹목의 사랑이다.

그 걸 받아 들고 엄마를 보는 시선

**

카메오도 눈에 익는다.


스카이캐슬의 히로인. 배우 감독이라 더욱 가능한 면이겠지 싶다.

봉테일의 뒤를 잇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김윤석은 외면 표현에도 디테일이 상당하다.


외면만 봐도 철없는 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한다.

***

마지막으로 하나의 신선함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으니, 두 개의 당황.


피해받은 가족 구성원이나 외도인이 아닌 완벽한 타인에게 즉결심판받는 대원,

그리고 아버지의 또는 엄마의 유전자로 연결된 동생의 유골을 털어마신 누나들.


전자는 조금은 고리타분했고,

후자는 경악스러웠다가 영화적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평생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김윤석의 다음 작품을 한 번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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