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봉산: 옹달샘과 고드름

천봉산의 겨울

by 우보천리

겨울의 천봉산은 고요하다. 찬 공기는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맑은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간다. 산의 초입에 들어서면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따라오고, 조금씩 높아지는 경사에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천봉산은 늘 같은 풍경 같으면서도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에게 이 산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다. 바로 그 옹달샘이다.

천봉산을 오를 때마다 나는 그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출발점에서 옹달샘까지는 약 2.3km 정도 되는 거리.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점차 가팔라지는 경사가 몸에 작은 도전처럼 느껴지지만, 옹달샘에 도착하면 그 모든 고단함은 맑은 물소리에 씻겨 내려간다. 옹달샘은 마치 이 산의 심장과도 같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맑은 소리를 내며 솟구치고, 그 물은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얼지 않은 채 계속 흘러간다.


옹달샘에서의 쉼


천봉산의 옹달샘은 작은 공간이다.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위에는 고드름들이 매달려 있다. 물은 손으로 떠 마시면 차갑고도 상쾌하다. 입술이 닿는 순간 퍼지는 신선함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나는 천봉산을 오를 때마다 이곳에 들러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 짧은 휴식은 단지 몸을 쉬게 하는 것을 넘어, 마음의 고요를 찾는 순간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옹달샘 주위에는 고드름들이 장식처럼 매달린다. 물방울이 떨어지며 천천히 얼어붙어 만들어낸 고드름들은 자연이 그린 조각 같다. 길고 투명한 고드름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손끝으로 살짝 닿아보면 차가움이 전해지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정취는 이 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천봉산의 정상까지


옹달샘에서 정상까지는 약 400m 정도의 거리다. 거리로 보면 그리 멀지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옹달샘에서 얻은 짧은 휴식은 정상까지 오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산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고요한 겨울 산의 풍경이 나를 둘러싼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더욱 푸르고 맑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숨을 깊이 들이마실수록 오히려 마음을 맑게 만들어 준다.

정상에 도착하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모든 수고를 보상해 준다. 먼 산들이 겹겹이 펼쳐지고, 바람은 얼굴을 스치며 한없이 깨끗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옹달샘이 남아 있다. 정상의 장엄한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면, 옹달샘의 맑은 물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옹달샘과 나의 시간


옹달샘은 내게 단순한 쉼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천봉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옹달샘에 있다. 그곳에 도착하면 나는 잠시 멈춰 서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는 순간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산을 오르는 동안 느꼈던 피로와 고민은 옹달샘의 맑은 물소리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물 한 모금이 주는 신선함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내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힘이 있다. 옹달샘에서의 시간은 내게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위안이다.


고드름과 옹달샘의 의미


겨울이면 옹달샘 주위에는 어김없이 고드름이 맺힌다. 얼어붙은 고드름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겉으로는 차갑고 정적인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는 생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차갑고 정적인 듯 보여도, 그 안에는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옹달샘과 고드름은 나에게 이러한 깨달음을 준다. 아무리 차가운 계절이 찾아와도, 그 안에는 언제나 따뜻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마무리하며


천봉산의 옹달샘은 나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며, 자연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쉼터다. 겨울의 옹달샘과 고드름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고 있으며, 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한 위안을 준다.


다음번에 천봉산을 오를 때도 나는 어김없이 옹달샘에 들러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연이 주는 선물과 함께 내 마음속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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