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느 날 문득, 내 삶을 돌아보니 모두가 “특별한 순간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순간을 발견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뜨고 첫걸음을 떼는 일,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일, 그리고 문밖으로 나서기 전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는 일. 이런 흔한 장면들 속에도 의외로 커다란 위안과 기쁨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내 인생에 대단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식의 바람을 갖지만, 정작 그 사건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소한 순간’들이 밑바탕이 되어줘야 한다. 아주 평범한 하루를 조금만 다른 각도로 들여다보면,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마음이 깃든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소하다고 부르는 순간들은 무심히 흘려보내기 쉽다. 식탁에 앉아 따뜻한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어제 몸이 피곤해 준비해둔 간편한 도시락에서 느껴지는 작은 배려, 밤새 꺼져있던 전등 스위치를 켜며 맞이하는 밝은 빛, 집 앞 화분에 물을 주면서 느끼는 흙의 촉감.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일상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 중요함을 잊는다. 우리가 찾고 있는 ‘가장 따뜻한 순간’은 사실 상상보다 훨씬 가까이 있고, 매일 마주치는 것들 속에 조용히 숨어있다. 그것들을 잡아내려면 특별한 기술이나 거창한 의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주의 깊게 바라보고,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파동에 귀 기울이면 충분하다.
우리에게는 종종 ‘따뜻함’을 향한 그리움이 있다. 특정 계절이 오면, 혹은 특정 시간대가 되면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공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공허함이 곧 누군가의 다정한 인사 한 마디, 혹은 창가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 한 줄기에 쉽게 채워지기도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상의 작고 소소한 부분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아, 이게 내가 찾던 행복이구나” 하고 느끼곤 한다. 그 순간이 인생 전체를 뒤바꿀 정도의 강렬한 사건은 아닐지라도, 하루를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온기’를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바깥 공기에 코끝이 살짝 시려지고, 그 시린 공기 속에서 새벽 공기가 마치 한 편의 여백 있는 수채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창을 여는 작은 동작만으로 집안과 세상이 이어진다. 그 외부 공기에 몸을 맡길 때, "오늘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하는 작은 설렘이 생긴다.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되리라는 사실을 대부분 짐작하면서도, 그 속에서 단 하나의 따뜻한 순간만 발견해도 충분하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처럼 사소한 일상 속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은,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날에도 내가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도 같다.
오전에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이 또한 대단한 이벤트가 아닌, 매우 사소한 일상이다. 하지만 차분하게 흘러가는 음악 속에서 갑자기 귀를 사로잡는 가사가 있고, 그 가사를 곱씹어보며 내 이야기를 대입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순간은 특별해진다. 잠깐의 쉼이 주는 여유로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어찌 보면 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모험이자 축복일지 모른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고, 사람들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밝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출근길 버스에서 이어폰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뛰어가는 사람, 또는 종종걸음으로 무언가 걱정 섞인 표정을 띠고 걸어가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에도, 어떤 사람은 주머니 속에서 따뜻하게 감싸 쥔 손난로나, 목을 폭 감싸주는 목도리의 온기에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겉모습을 어렴풋이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작은 ‘온기 지점’이 숨겨져 있다. 나 역시 추운 날씨 속에서 마음이 우울해질 때, 두 손을 호호 불어 따뜻하게 만들거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짧은 말 한 마디로 그 지점을 찾기도 한다.
점심 시간을 맞이해 회사 동료들과 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유독 바쁘거나 지쳐 보이는 동료가 있으면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괜찮아? 많이 힘들어 보이네.”라는 아주 짤막한 안부만 건네도 상대는 마음 한 구석에서 ‘그래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다시 나에게로도 돌아온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존재구나’ 하는 깨달음, 그것이 일상 속에서 가장 빛나는 온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바로 그 희미함 때문에 더 가치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내 스스로 마음이 메말라 있다고 느낄 때, 거창한 해결책 대신 소박한 움직임이 묘한 위안을 준다. 예컨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잠시나마 얼굴을 살펴보며 ‘오늘도 수고하고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갑한 공기에 잠시 숨이 막히면 크고 깊게 한숨을 내쉬어보기도 한다. 이런 아주 작은 행동들이 ‘나는 살아있고, 오늘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결국 따뜻함은 화려한 장식이나 어떤 감격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 조금 더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사소한 행동에서 오곤 한다.
비가 내리는 오후,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볼 때. 그 빗방울이 잔잔하게 창문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어딘가 아련한 기분이 드는 동시에, 마음 한 쪽이 묘하게 부드러워진다. “나도 모르게 기억 속 어딘가로 빨려들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순간들은 짧지만, 길게 잔상을 남긴다. 물방울이 흘러가는 자국처럼 마음에 은은한 흔적을 새긴다. 그럼으로써, 오늘이 특별히 더 의미 있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빗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에도 우리는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저 어떤 온기, 혹은 적당한 쓸쓸함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삶의 또 다른 풍경이고, 언젠가 돌이켜보면 “아, 그때 빗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그 기분이 참 좋았지” 하고 추억하게 된다.
주말 아침,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도 될 때는 이불 속에서 잠깐 더 뒹굴거리며 눈을 감은 채로 몸을 웅크려본다. 이 작은 사치가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정신이 온전히 맑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느끼는 뿌연 공간감은 평소엔 놓치기 쉬운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이불 안의 포근함이 “괜찮아, 조금 더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을 때, 그건 누군가 거창한 응원을 해주는 것 못지않게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느새 방 안에 스며든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고요히 반짝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작은 몸짓 속에도 느긋한 행복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낮에 잠깐 산책을 나갔을 때,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볼을 간지럽히는 순간. 놀랍게도 이 작은 체감만으로도 기분이 한껏 가벼워진다. 익숙하게 걷던 길을 다시 걸으면서도, 그날그날 다른 하늘빛이나 햇볕 각도에 따라 길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평소에는 관심 두지 않았던 가게 간판, 작게 피어난 들꽃,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이웃의 모습 등이 새로운 시선으로 들어온다. “이런 풍경이 내 일상 속에 늘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이 순간, 바로 그것이 오늘 발견한 따뜻함이다. 흔하디흔한 길이라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나에게 소중한 배경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크고 화려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다. 대부분의 날들은 별다른 기념일 없이 흘러가고, 특별한 업적 없이도 하루가 저문다. 그렇지만 만약 “오늘만큼은 작은 모험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그 모험의 목표를 “가장 따뜻한 순간을 찾아내기”라고 잡아본다면 어떨까? 아마도 아주 사소한 행동 몇 가지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방 안에 맴도는 공기를 다시 한번 깊이 들이마시고, 숨결의 온도를 느끼며 감사할 수도 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유심히 안부를 건네고, 귀찮더라도 약간의 온기가 묻어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한 시도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하루는 결코 건조하지 않을 것이다.
약속이 취소되어버려 혼자 저녁을 보낼 때에도, 갑작스럽게 주어진 시간으로 조용한 카페를 찾아 혹은 동네 골목길을 걸으며 스스로와 대화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순간, 평소에는 그냥 어두워지면 지나쳐버렸던 가로등 불빛이 내 마음을 포근하게 환히 밝혀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만히 비추는 노란 불빛 아래에서는 세상의 분주함이 조금은 잦아들고, 내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정이 생긴다. 그것이 조금 슬플 수도, 외로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다독여주는 따뜻함이기도 하다. 슬픔이나 외로움이 꼭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니까. 때로는 그 감정들마저도 우리에게 “이제는 스스로를 더 아껴줘야겠다”는 메시지를 건네기 때문이다.
실은, 이렇듯 수많은 작은 요소들이 하루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만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지나치는 골목, 매일 듣는 소리, 스치는 바람,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문제는 내가 그것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평생에 걸쳐 계속해서 연습하고 익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 한 마리에게 손을 내밀어보고, 그 고양이가 조심스레 다가와서 내 손끝을 살짝 냄새 맡는 순간. 그런 순간에도 따뜻함이 있다. 바삐 걸음을 옮기던 중이지만, 잠시 멈춰서 작은 생명체와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기분. ‘아,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호기심 어린 존재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동안, 세상의 시계가 잠시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순간이 쌓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이 되기도 한다.
감정은 쉽게 사라지고, 우리는 새로운 자극에 곧 잘 적응해버리는 존재다. 그래서 때때로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말은 너무나 흔한 가르침 같지만, 막상 지키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일 비슷하게 돌아가는 일들, 주변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내 몸의 컨디션 등이 조금만 부정적으로 흐르면, 나는 그저 “아, 오늘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라는 하소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작은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날이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종이를 한 장 더 얹는 듯이, 마음 한 귀퉁이에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 되면, 아침 출근길에 보이는 나뭇잎 색이 조금씩 짙어져 가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노란 빛과 붉은 빛이 교차하며 변해가는 광경은 하루아침에 훅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감도를 더한다. 그 미묘한 변화는 꼭 우리 일상의 기분과도 닮아 있다. 오늘 기분이 어제와 완전히 다를 수는 없어도, 어딘가 조금씩 달라지는 지점이 있고, 그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는 순간이 바로 “가장 따뜻한 순간”이 된다. “아, 내 마음도 이렇게 서서히 물들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 기쁨. 계절은 그렇게 우리에게 변화를 가르쳐주고, 동시에 매일이 가진 은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다가, 그 안에 어제 미처 꺼내지 못한 쪽지나 작은 메모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늘 슈퍼마켓에서 우유 사기” 같은 자잘한 내용이 적혀 있을 수도 있고, 어느 날 친구와 주고받은 짤막한 문구가 적혀 있을 수도 있다. 별것 아니지만, 그 종이를 발견한 순간 어떤 따뜻함이 전해진다. ‘아, 이걸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저녁엔 꼭 우유를 사야겠네’ 하면서 빙그레 웃을 수도 있고, 무심코 지나쳤던 친구의 짧은 말이 다시금 마음을 두드릴 수도 있다. 이러한 우연의 발견이야말로 일상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작은 모험이 아닐까. 큰 일이 생기지 않아도, 정말 미세한 부분에서 우리는 소소한 온기를 얻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을 때 어제 사두었던 식재료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왠지 반갑고 든든하다. '그래, 어제 저녁장 봐둬서 오늘은 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 그런 준비성이 만들어주는 따뜻함은 아주 일상적이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배려해준 결실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도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큰 꿈이나 원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이 작은 배려가 내일의 내가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길이 되기도 한다.
살아가다 보면, 문득 외롭고 힘겨운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더 사소한 따뜻함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믿는다. “큰 희망을 품어라”라는 말도 좋지만, 그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은 사실 매일 조금씩 쌓여가는 작은 기쁨들이다. 예쁘게 접어놓은 수건, 깨끗이 설거지된 식기, 오늘 썼던 펜을 제자리에 꽂아두는 작은 습관. 이런 행동들은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 “내가 지금 내 삶을 돌보고 있구나” 하는 충만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아주 작고 소박한 결심과 배려들이 결국엔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힘이 된다.
밤이 깊어가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점차 줄어들고, 그 자리를 고요함이 채우기 시작한다. 그 고요 속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은 조명 하나를 바라보며 “저 안에도 누군가가 깨어있겠지”라고 생각하면 괜스레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밤은 혼자만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둠을 함께 나누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상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되어 따뜻하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 사람들 중 누군가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상은 실제로 만나지도 않은 이에게서 위로를 얻는 묘한 경험을 가능케 한다.
결국, “평범한 하루 속, 가장 따뜻한 순간을 찾는 작은 모험”은 거창한 도전이나 이색 체험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내 마음의 문을 조금 열고, 주위를 조금 더 살피고, 내 감정의 미세한 떨림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자라오면서 들어온 “오늘을 소중히 여겨라”라는 말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시적인 표현이 아닌 것 같아도, 사실 엄청난 진리를 담고 있다. 내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을 조금만 더 따뜻하게 바라보려 할 때, 비로소 매일이 조금씩 더 특별해지고, 존재 자체가 감사함으로 가득 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모험은 결국 끝이 없다. 언젠가 “이제는 모든 게 다 익숙하다”고 느끼더라도, 그 익숙함 속에서도 또 다른 따뜻함을 찾아낼 수 있다. 오늘 걷는 길이 어제의 길과 같아도, 어느 돌 틈에서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곧 또 하나의 빛나는 발견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삶을 조금씩 다시금 ‘살아있다’고 느낀다. 이러한 작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나를 성장시키고, 내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세상을 좀 더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나 자신에게 좀 더 따뜻한 마음을 내어줄 수 있게 된다.
물론, 인생에는 무거운 고민과 시련도 분명히 찾아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힘겨운 시련 틈새에서 서서히 꽃을 피우는 온기의 순간들을 끊임없이 발견해내는 과정이 바로 ‘작은 모험’의 의미라고 믿는다. 그것은 거센 바람 속에서도, 잠시 몸을 추스르며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비바람을 피할 작은 처마밑을 발견했을 때, 혹은 곤란한 상황에서도 친구의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을 때, 그 작은 온기로 인해 삶은 생각보다 훨씬 버틸 만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소소한 온기들이 모여 나를 지켜줬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매일 익숙해지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그 와중에도 마음 한켠에는 늘 “따뜻함을 찾고 싶다”는 갈망이 꿈틀댄다. 그 갈망이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설레며, 때로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그러한 갈망을 따라 일상을 탐험하며, 작은 모험을 계속해나간다. 하찮아 보이는 순간에도 집중하고, 자주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자세가 우리에게 깊은 충족감을 안긴다. 그것이 바로,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평범한 하루 속, 가장 따뜻한 순간을 찾는 작은 모험’이다.
이 수많은 문장과 생각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면, “오늘이라는 소중한 시간 속에 이미 충분히 많은 따뜻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고개를 조금 돌려 더 자세히 바라보고, 마음을 조금 열어 미묘한 흔들림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내일이 오면, 또 다른 작은 모험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