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살인자리포트> 리뷰 (*스포일러성 포함)
- 초저예산 제작비가 들었을 듯. 호텔 스위트룸 공간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남녀 주인공의 텐션 높은 100분 토론 밀당각
- 그렇고 그런 엥간 상업영화 보다 작품성 좋고, 주제의식 선명하고 무엇보다 볼 만 하다
- 후미 20여분간만 드러내고 좀더 쪼여줬다면 진정 스릴러가 됐을 것 같은 2% 아쉬움
- 배트맨의 r&r에 대한 정당성 리마인드, 인간은 성악설일까란 의구심, 그게 나라면 내 자식이라면 어쩔 수 없는 본투 내로남불에 대한 천착
-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준 파랑새. 반해 불행과 고통 역시 의외로 지인에게서 받을 수 있음을 처절하게 보여준 올 가을 time to kill용 고통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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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리포트> 리뷰: 올가을, 고통을 응시하는 심리극
영화 <살인자리포트>는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세트가 없는, 초저예산 티가 물씬 나는 작품이다. 배경은 한정된 호텔 스위트룸. 하지만 그 제한된 공간 속에서 두 주인공의 팽팽한 심리전은 오히려 밀실극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마치 100분 토론을 방불케 하는 밀당과 텐션이 이어지며, 관객을 숨 막히게 몰아붙인다.
많은 상업영화가 반복되는 공식과 자극적인 장치에 기대는 반면, 이 영화는 훨씬 더 선명한 주제의식을 내세운다. 그래서 “그렇고 그런” 오락영화보다 오히려 더 작품성이 돋보이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다만, 결말부에 이르러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20여 분간만 진실을 드러내기보다는, 긴장감을 더 조밀하게 유지했더라면 진정한 스릴러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꽤 묵직하다.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정의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배트맨의 r&r(역할과 책임)’은 정당한가? 그리고 ‘만약 그 상황이 내 가족, 내 자식의 일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내로남불에 빠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서 작은 파랑새를 발견할 수 있듯, 불행과 고통 또한 의외로 가까운 지인에게서 찾아오곤 한다. <살인자리포트>는 이 불편한 진실을 처절하게 응시하게 만든다. 올가을, 가볍게 소비되는 오락영화 대신 한 편의 ‘고통극’을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