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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에서 살다 8

2016년도 고1, 중1 아들의 일상

by 봄날의 소풍

방주인들은 헐레벌떡 일어나 학교 가고

후다닥 비워진 빈방..

치워줄까 말까..

욕실에도 샤워하느라 벗어놓은 옷이 뱀허물처럼 스르르 널브러져 있다.

차라리 얼른 치워주고 마는 게 더 쉽다.

그러나 절대로 안 치운다.


손님초대 후 남겨진 산더미 같은 주방..

지호가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다.

힘들었을 엄마를 생각했은 놈은 아니나..ㅋ.ㅋ

기꺼이 고무장갑을 낀다.

아들은 아주 가~~~끔 가뭄에 콩나듯 효도란걸 한다.

엄마는 그걸로 1년을 흐뭇하게 보낸다.


오늘은 민호가 저녁 좀 해봐..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해가지고 요즘 한참 사랑하는 보온통에 담아 먹는다.. 아주 신기한 물건이라며 감격해한다.점심때 까지 밥이 안식는 신기한 물건이라며 집에 와서도 밥을 담아 먹는다.

하긴 한국에선 학교 급식을 먹으니 도시락을 잘 모르지. 수능을 보러 가지 않는 한.


시어머니가 오셔서 사는 걸 보더니 안쓰럽다고 말씀하셨다. 남편 잘 만나 미국 와서 직장도 안 다니고 호강하고 사는 줄 알으셨단다. 그런데 며느리의 일상을 보니 한국에서 상상하던 모습과 달라서 사뭇 놀라셨단다. 한국엄마들은 삼시세끼 밥 안 해도 배달에 외식에 반찬가게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학교 점심 도시락 포함 삼시세끼 내내 해 먹여야지, 운동이나 방과후 활동이라도 가려면 라이드 해야지 기다려야지. 100프로 엄마의 노동으로만 살고 있다고 혀를 쯧쯧 내두르셨다.그래도 그건 그나마 낫다.

학교에서 공지라도 이메일로 오면 그 날은 하루죙일 영어사전 옆에 두고 해석하느라 끙끙이었다.행여나 몰라서 놓치는 것이라도 있을까봐 말이다.학교에 상담이라도 가면 더 앞이 캄캄하다.나름 대학까지 나와 영어공부도 했건만 선생님이 하는 말은 뭔뜻인지 앞이 캄캄하다. 몰라도 고개를 끄덕이던지, 정말 못 알아들으면 바보같은 미소 지어가며 sorry?하고 되묻기 일쑤였다.


78~80 프로가 중국,인도학생들이라 이 곳은 미국 국기가 없었다면 중국이나 인도 마을같다.실리콘밸리 고액 연봉자들 아빠들의 교육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래간만에 떡볶이를 해가지고 간식을 먹었다.

삶은 계란은 각자 까먹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개 까먹더니

나름 노하우를 알아내며 즐거워한다.


"너 사과 깎을 줄은 아냐?"

"난 수제비반죽 잘해!"

"치~브리또 만들어 봤어?"

"난 밥할 줄 도 안다고!"

삶은 계란 껍질까며 나누는 형제의 분쟁~


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공부도 그 어떤 것도 본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암탉이 알을 품을 수는 있지만

정작 알은 병아리 스스로가 깨야

세상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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