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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소풍 Jan 15. 2022

수어장대

남한산성 수어장대를 오르며..

산을 오르는 일은 인생을 간접체험하는 것과 같다.

언제 정상에 오를지,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는 산을 오르는 일..

삶은 한번이지만

다행히 등산은 여러산을 오를수 았어

 다양한 경험을 준다.

평평하면서 가파르지 않은 산이 있는가 하면

경사도 높고 길도 험한 산도 있다.

등산의 매력이라면 잘 모르면서 오르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동반자와 함께 하는 삶이 덜 외롭듯이

산도 함께 오르는 이가 있으면 덜 힘들다.

 번은 포기하고 싶어 나무기둥을 부여잡다가도 토닥여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누군가가 있어 오를만 하다.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바스락 거리며 나는 소리,

올려다 보이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한겨울의 냄새도 함께 느끼며 오르는 산은 결코 외롭지 않다.


산을 오르면서 내려오는 나그네를 만나면 반갑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갈 길이 더 험한지,

정상에는 뭐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곧 정상입니다.힘내세요..”라고 어쩌다 용기의 말이라도 한마디 들으면  두 다리에 힘이 불끈 솟는다.


죽을듯이 비지땀을 흘려가며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올라가다 한번 쯤 뒤를 돌아본다.

땀을 닦으며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그 동안의 보람과 성취감을 준다.

내가 올라온 그 길이 고스란히 눈에 담겨진다.

 발 한 발 내디뎠던 고불고불한 길들이 보인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작은 마음에 흡족하다.

그래서 가끔은 뒤를 보며 쉬어도 좋다.

눈 위로 보이는 갈 길도 있지만 걸어왔던 길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 뿌듯함은 다시금 오를 수 있는 힘을 준다.

다시 신발끈을 조인다.지금까지 그래왔듯 두 다리로 올라야만 보이는 근엄한 장관을 알기에 산을 오르게 된다.

헬기자동차로 가서 쉽게 보이는 길이 아니다.


드디어 정상이다.

모든 것이 발아래 보이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흠칫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보람과 성취감이 훨씬 크기에 한참을 멍하니 내려다 본다.

물도 한잔 마시고 숨도 고른다.

얼굴에 달아 오른 열도 식힌다.정상에 오른 자만이 누리는 호사를 잠시 누린다. 찬찬히 내려다 보고 있으면 어떻게 산을 올랐는지 겪었던 생고생이 한순간에 잊혀진다.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오르는 일이 힘들었다면 내려가는 것은 조심스럽다. 내려가는 길은 숨이 차는 것도 덜하고 목표지점을 알기에 어느정도 안정감도 있다.그러나 쌓인 낙엽을 만만히 봤다가 발을 잘 못 디디면 미끄러질 수도 있고,경사가 있는 내리막은 엉덩방아를 찧을 수도 있다. 더욱 조심조심히 겸손한 마음으로 내려간다.아까와는 반대로 힘들게 올라가는 사람에게 격려의 말한디 해주고 싶은데 그것조차도 아끼게 된다.듣는 사람이 어떻게 들을지 생각해보게 된다.머릿속이 비워진다.이것이 산을 오르는 묘미인가 보다.


어쩌다 오르게 된 새해맞이 남한산성 수어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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