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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29. 2022

긍휼2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각 나라를 대표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필리핀 근로자를 대표해서 함께 사역하는 사무엘 목사가 가게 되었습니다.

영광이었습니다.

주일날만큼은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불심검문이나 체포를 자제해 주면 좋겠다고 건의하고 왔습니다.


며칠 후 사무엘 목사는 다급하게 나를 찾아왔습니다.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에서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으로 살 때 제일 겁나는 곳이 출입국 관리소입니다.

왜 부르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무엘 목사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나는 사무엘 목사와 함께 출입국 관리소를 방문했습니다.


2년마다 비자 연장을 해야 하는 사무엘 목사와 함께 여러 번 방문한 곳이었지만,

그때는 나도 살짝 걱정되었습니다.

데스크의 안내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사무엘 목사를 호출한 사람은 행정을 담당하는 과장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필리핀 교우를 사역하는 사무엘 목사를 왜 호출하였습니까?”

“지난번 대통령과 면담할 때 요구했던 내용 때문입니다.”

“그런 내용은 우리 쪽에 직접 요구하시지.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와 지금 사무실이 시끄럽습니다.

사실 저도 교회 집사인데 이렇게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합니다.

행정적으로 명령이 내려와서 전후 사정을 알기 위하여 호출했습니다.”

결국 일은 잘 마무리되고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사무엘 목사와 나는 그렇게 문제를 또 해결하였습니다.

우리 둘은 강제 추방되는 노동자의 짐을 찾아 부쳐주는 일

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데 돈이 없는 경우

무료로 치료해주는 병원을 찾아 헤맸던 일

갑자기 출산하게 된 사람을 위해 적십자 병원의 도움을 받던 일들을 함께 헤쳐나갔습니다.

종잇장도 맞들면 났다는 말이 있습니다.


긍휼은 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듯이 느끼는 감정이 아닙니다.

긍휼은 함께할 때 우러나오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 때문에 더욱 함께 하게 되고, 그 마음 때문에 서로가 위로를 얻습니다.

함께 할 때 힘은 배가 되는 법입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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