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Oct 28. 2022

함께

오래전, 유서를 써놓고 펑펑 운 적이 있다.

어두운 밤 까칠한 눈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할 것도 없이 죽 써내려간 몇 장의 편지 겸 유서였다.

난 그때야 사람들이 왜 죽음을 생각하는지 알았다.

살 소망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어둠을 헤쳐나갈 용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단단한 벽에 부딪혀 머리가 으깨어졌기 때문이다.


밤새 펑펑 울다 눈이 부었는데

전화 한 통화로 다시 살 용기를 얻었다.

나의 아픔과 고통을 안 친구의 전화였다.

“살아!

무조건 살아!

내가 너에게 힘이 되어주진 못해도 그래도 살아라!

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다 할지라도

난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너를 절대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께.”


물론 지금 그 친구는 나를 떠났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가 내 곁을 지키고 있다.

누군가가 그저 함께 있어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함께 있다는 건 함께 상처받기 쉬운 상황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고통과 무력함에 들어가 함께 한다는 뜻이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란 말을 한다.

여기 ‘함께’라는 말은 고통과 아픔과 눈물을 전제한다.

물론 하나님이라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혼란한 상황에서 길을 보여주시는 것도 아니다.


그건 어둠 속에 있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욕하고, 친구는 떠나도

하나님은 결코, 결단코 떠나지 않고 함께 하신다는 뜻이다.

그게 무슨 위로냐 할지 모르지만, 

경험해보면 그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시46:7,11)



매거진의 이전글 인정머리 없는 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