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필리핀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을 때 일입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영어가 제일 문제였습니다.
함께 선교사 훈련받는 사람들과 함께 영어공부도 할 겸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덴젤 워싱턴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펠리컨 브리프를 보았습니다.
허름한 영화관에서 본 그 영화는 우리를 혼란 속에 빠트렸습니다.
자막 없이 본 영화였기에 저마다 해석이 달랐습니다
그 영화의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년 후 한국에서 그 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오해했는지를 알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산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웃고, 농담하고, 토론하고, 말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나눕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암흑 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소통할 수 없다는 것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분명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자신만 외톨이가 된 듯싶습니다.
그러다 한 단어, 한 단어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그 언어의 세계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소통에 참여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나님과의 소통도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아듣도록 기록된 말씀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보는 사람들의 이해도에 따라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원 저자이신 하나님의 뜻도 제대로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신이신 하나님과 인간인 우리의 소통은 그만큼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으로 다가가 읽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조금씩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됩니다.
그 기쁨은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입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러한 소통의 기쁨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