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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Feb 12. 2023

우리는 지금까지 뵈뵈를 오해했다.

로마서 마지막 장에 보면 바울은 37명의 이름을 거명합니다. 그중 첫 번째로 거명된 사람은 뵈뵈라는 여성입니다. 단 두절에 불과하지만, 뵈뵈에 대하여 추론할 수 있는 여러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단서를 하나하나 자세히 추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바울은 뵈뵈를 소개할 때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라는 여성으로 소개하지 않고, 교회의 직분자로 객관화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바울은 로마교회에 뵈뵈를 추천하였습니다(롬16:1). 초대 교회 당시 추천서는 널리 쓰이던 관행이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를 쓰면서 자신은 남들처럼 추천서를 들고 너희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건 고린도 교회는 바울이 세웠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추천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6장 3절에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헌금을 모아서 한 사람에게 추천서를 써주며 예루살렘 교회에 보낼 것을 말합니다. 

“내가 이를 때에 너희가 인정한 사람에게 편지를 주어 너희의 은혜를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게 하리니”(고전16:3)

호서대 한미라 교수는 추천서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천거서를 갖고 있는 자는 그를 천거한 자의 인격과 배경을 함께 갖고 당사자를 찾아가게 되며, 그를 천거받은 당사자들은 그를 천거한 자의 인격을 믿고 신뢰하기에, 천거한 자에게 하듯 천거를 받은 자에게 예우를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천거를 받은 자는 천거한 자와 거의 동일한 위치와 권위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현대 외교 용어로 표현한다면 특사적 위치와 유사한 관계인 것이다.”(한미라, p.216)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합당한 예절로 뵈뵈를 영접하고 그에게 소용되는 바는 무엇이든 도와주라고 하였습니다. 뵈뵈는 바울을 대신하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사실 성경학자 대부분은 로마서를 로마교회에 전달한 사람은 뵈뵈라고 추정합니다(Hendriksen, p.284). 영국의 떠오르는 신약신학자 폴라 구더(Paula Gooder)는 뵈뵈가 로마서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로마교회에 로마서를 설명했을 것으로 주장합니다(Gooder, p.341)


사실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살펴보면 많은 여성이 바울 공동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도자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브리스가는 순회 지도자로 남편 아굴라와 함께 고린도에서 에베소까지 바울과 동행하였습니다(행18:2,18). 그리고 로마 교회의 지도자로 사역했습니다(롬16:3) 골로새서 4장 15절에 언급된 눔바라는 여성도 한 교회의 지도자였습니다. 바울은 유니아를 사도들에게 존경을 받는 여성으로 소개합니다(롬16:7) 그 외에는 유오디아, 순두게, 루디아 , 유니게, 로이스 같은 여성도 있습니다. 위클리프 칼리지의 명예교수로 있는 신약학자 리처드 롱네커는 여성들이 초기 교회의 지도자 역할을 하였다고 그의 로마서 주석에서 밝혔습니다.(Longenecker, p.1686) 뵈뵈는 겐그리아 교회의 지도자로서 얼마든지 로마서를 소개할 만한 위치와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됩니다.


바울은 뵈뵈를 겐그리아 교회의 일꾼으로 소개합니다. 일꾼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diakono는 사역자, 일꾼, 집사, 목사, 선생 등 다양하게 번역합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빌립과 스데반을 포함한 일곱 집사를 선택하고 안수하였습니다. 그들은 현대 교회의 집사 직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교회의 직분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사들은 구제와 봉사를 할 뿐만 아니라 때로 세례를 베풀기도 하고 말씀도 증거하였습니다(행8:12,38). 초대 교회 집사는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행6:3).

바울은 복음을 맡은 사도로서 자신을 소개할 때 계속하여 diakono라고 하였습니다(롬15:16, 고전4:1,고후3:6, 6:4, 11:23, 엡3:7, 골1:23-25).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란 말을 디모데와 두기고에 적용하였으며, 뵈뵈를 소개할 때도 일꾼이라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울은 뵈뵈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보호자(prostatis)라고 하였습니다. 보호자 혹은 후원자로 번역하는 이 명칭은 로마 사회에서 명예와 권위를 나타냅니다(Wright, p.171). 고대 로마 사회는 사회적 규범으로서 후원제도가 있었습니다. 후원자는 법적, 경제적으로 피후원자를 후원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피후원자는 종종 아침 일찍 후원자의 집 바깥에 늘어서서 문안 인사를 하였고, 자신의 필요를 간청하였습니다.


물론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가졌기 때문에 법적 후원은 필요없었습니다. 그러나 선교하는 일에 경제적 후원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Cranfield, p.283). 튀빙겐 대학의 신약학자 로버트 주잇(Robert Jewett)은 그의 로마서 주석에서 로마서를 대필한 더디오가 뵈뵈의 종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더디오는 셋째라는 뜻으로 노예에게 사용되는 흔한 이름입니다. 주잇에 따르면, 뵈뵈는 더디오를 바울의 필경사로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허락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폴라 구더도 이점을 대체로 인정합니다(Gooder, p.371). 편지를 써주는 필경사나 편지를 읽어주는 독경사는 문맹률이 90%가 넘는 고대 사회에서 흔한 직업이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그리스의 지식인 노예로서, 로마 가정의 자녀교육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서를 대필했던 더디오가 뵈뵈의 지식인 노예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영국의 신학자 폴라 구더는 바울이 뵈뵈에게 로마서를 전달하는 임무뿐만 아니라 스페인 방문을 미리 준비하도록 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롬15:23). 스페인을 방문하기 위해선 재정뿐만 아니라 스페인 방언을 통역해줄 통역사를 찾는 일도 필요했습니다(Gooder, pp.390-1). 뵈뵈는 바울의 후원자요,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함께 일하는 일꾼이요, 그 어떤 사람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신실한 일꾼이었습니다. 바울은 단지 물질적 후원 때문에 로마서를 전달하는  책임을 맡긴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진실함과 신실함 때문에 바울을 대신하는 특사로 그녀에게 많은 일을 맡겼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대교회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여성 지도자의 역할이 많았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됩니다.


참고도서

Cranfield C.E.B.,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Romans’, (국제비평주석, 로마서III), 문전섭 옮김, 도서출판 로고스, 1994

Gooder Paula, ‘Phoebe A Story’(이야기 뵈뵈), 진영정, 최현만 옮김, 에클레시아북스, 2021

Hendrikson William, ‘New Testament Commentary : Romans’(헨드릭슨 주석 로마서 하), 황영철 옮김, 아가페출판사, 1991

Longenecker N. Richard, ‘The Epistle to the Romans’(NIGTC 로마서 하권), 오광만 옮김, 새물결플러스, 2020

Wright Thomas, ‘Paul for Everyone:Romans(part2)’(모든 사람을 위한 로마서 2부 9-16장), 신현기 옮김, IVP, 2010

한미라, 여자가 성서를 읽을 때, 대한기독교서회, 2002

https://youtu.be/bH6IYYx0h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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