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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30. 2015

미라클 벨리에

오랜만에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사실 프랑스 영화는 난삽하여서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미라클 벨리에(La Famille Belier, 2014, 에릭 라티고 감독)는 음악영화란 소리를 듣고 보기로 했다.

미라클 벨리에는 청각장애 가정에서 자란 '베로니크 폴랑'의 베스트셀러 ‘수호,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기초하여 각색한 영화다.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는 청각장애 부모를 가진 정상 자녀를 말한다. 코다는 성장하면서 부모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지만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온다. 영화는 CODA인 벨리에 폴라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파리 근교의 시골 농부인 벨리에 부부와 청각장애인 남동생과 살고 있는 벨리에 폴라는 꿈 많은 중학생이었다. 어느날 짝사랑하는 가브리엘 때문에 합창단에 들어간다. 거기서 우연히 그녀의 탁월한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파리의 명문 음악학교 오디션을 보러 가는 이야기다. 파리의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부모와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폴라를 의지했던 가족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거기서 빚어지는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벨리에 폴라 역을 맡은 ‘루안 에머라(Louane Emera, 1996~)'는 실제로 프랑스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 오브 프랑스에서 준우승한 실력자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지만, 수화를 직접 배워서 연기를 하였다. 그녀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폴라가 부르는 ‘비상(Je Vole)’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에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어머니는 어제 근심스런 눈으로 절 바라보셨죠.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신 것처럼

하지만 전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켜 드렸죠.

어머닌 모른 척해 주셨죠.

아버진 어색하게 웃으셨고


돌아가지 않아요.

조금씩 더 멀어질 거에요.

역 하나 또 역 하나를 지나면 마침내 바다를 건너겠죠.

내가 걸어오는 길에 흘린 눈물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전진하고픈 나의 약속과 열망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을 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왜, 어디로, 어떻게 갈지 생각에 잠겨요.


내 가슴을 억누르는 이 새장을 참을 수 없어요.

숨을 쉴 수가 없죠.

노래할 수도 없어요.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에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결혼식 때마다 읽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성경의 원리는 자녀가 장성하면 부모를 떠나 독립하여야 한다. 아직도 부모의 통제 아래에서 신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젊은이를 생각할 때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부모를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날개를 펴서 날아오르려고 하는 폴라. 그리고 그 딸을 과감하게 떠나보내는 벨리에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https://www.youtube.com/watch?v=0cW2HZbSh2U- ‘비상(Je V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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