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uisinga)가 쓴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라는 책이 있다.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놀이와 노동을 대조하여 설명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놀이고, 명령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하는 일은 노동이다. 노동은 빨리 이 일이 끝나고 자신이 원하는 바 목적, 그것이 돈이든 어떤 성과든 빨리 얻고 싶어한다. 목적이 노동이 아니라 결과이다 보니 자연히 노동에 극심한 피로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에 창의력보다는 의무감만 작용한다.
반면에 놀이는 자발적인 행동이다.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가 없다 할지라도 그저 즐거움으로 하는 것이다. 그건 의무감이 아니라 기쁨이요 자연스럽게 창의력이 발휘된다. 그래서 노는 것이 직업이 된다면 무한한 창조적 생산성을 가져올 수 있다.
어렸을 때 나는 학교를 파하고 나면 가방을 집에 던져두고 온종일 들판에 나가 놀았다. 강에서 수영도 하고, 들에서 메뚜기도 잡고, 산에 올라가 산적 놀이도 하였지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요즘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이게 공부인지 놀이인지 구분이 안 간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노는 것 까지 간섭하고 지도한다. 놀이를 통해서 한 가지라도 가르쳐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 놀이를 망치고 만다. 교육을 목적으로 한 놀이는 결코 놀이가 아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흥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저 억지 춘향 격으로 따라 할 뿐이다.
노동보다는 놀이를 통해서 인간은 놀라운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한다. 자발적으로 즐겁게 노는 놀이를 통하여 인간은 모든 능력을 쏟아붓게 된다. 오늘날 아이들의 정서가 메말라 버리는 것은 다른 데 이유가 있지 않다. 진정한 놀이를 잃어버렸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던 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삶의 재미도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