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는 사냥할 때 쓰는 활의 줄을 튕긴 데서 유래한 악기로서 가장 오래된 악기다. 수메르, 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의 부조나 장식화에 그려진 것으로 보아서 대략 5000년 전부터 사용된 악기다. 다윗은 당대 수금을 잘 연주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울 왕의 정신이 이상해졌을 때 그의 신하들이 수금을 잘 타는 사람을 구하도록 권하였다. 그때 제일 먼저 추천된 사람이 다윗이었다. 사울 왕에게 불려 온 다윗이 수금을 연주할 때 사울의 정신이 상쾌하여 낫고 악령이 떠났다고 성경은 기록하였다.
세종실록에 보면 “음악은 성인이 성정을 기르고 신과 인간을 화합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순하게 하고 음과 양을 고르는 도”라고 규정하였다. 음악은 병들고 어긋난 인간의 본성을 올바르게 고쳐주는 힘이 있다고 보았다. 고대 동양에서는 약이 대부분 풀에서 얻어졌기 때문에 ‘풀에서 나온 음악’ 또는 '풀로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뜻으로 풀(草) 밑에 음악을 뜻하는 악(樂)을 합하여 약(藥)자를 만들었다.
조선 시대 선비는 예술과 음악을 선비의 기본 덕목으로 생각하였다. 공자는 논어 태백편에서 "시는 사람을 계발하고, 예는 사람을 성립시키며, 음악은 사람을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고 했다. 시는 선비의 생각을 표현하고, 예는 선비가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라고 한다면, 음악은 인성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선비는 단순히 지식만 풍성한 사람이 아니라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선비라고 하면, 난을 칠 줄(난초를 그릴 줄) 알아야 하며, 거문고 가락을 튕길 줄 알아야 한다. 음악은 진리를 즐겁게 따르기 위한 가장 훌륭한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책 '악서고존'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예(禮,도덕)로 바깥(행동)을 절제하고, 악(樂,음악)으로 마음을 화평하게 하며, 절제는 행동을 규제하고 화평은 덕을 배양하니, 이 두 가지는 어느 한 쪽도 폐지할 수 없다. 또한 덕은 내면이요 근본이며,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중심의 조화요 공경하고 항상함이면, 밖으로 효도·우애와 화목함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악(樂,음악)은 사람을 가르침에서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음악이야말로 인간의 덕을 기르는 근본이고, 음악이 없으면 행동을 절제하고 도를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음악하는 목적은 사람을 교화하는 것이다.
히브리어를 공부할 때 유대인이 히브리어로 시편을 낭송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같았다. 아니면 서당에서 노래하듯이 글을 읽는 성독(聲讀)소리 같아서 깜짝 놀랐다. 하긴 구약 성경의 시편 역시도 고대 하프를 연주하며 불렀던 노래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어서 딱히 할 말은 별로 없지만, 요즘엔 어디를 가든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치 분무기로 음악을 뿌리듯 곳곳에 음악이 있어서 어찌 보면 공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차라리 음악 없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 심신치료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다윗 시대, 음악은 오늘날처럼 흔하지 않았다. 짐작건대 다윗은 수금에만 탁월한 것이 아니라 노래에도 탁월하였다고 생각된다. 구약 성경에 그의 시편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다윗이 쓴 시편을 읽어보면, 마음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시가 많다. 그러한 시에 곡조를 실어 노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음악치료는 없을 것이다.
다윗의 수금과 노래는 결코 통속적이거나 상업적인 음악은 아니었다. 사울이 다윗의 수금 소리를 듣는 순간, 그의 마음이 상쾌하여 졌다는 것만 보아도 그의 음악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 수면을 이끄는 음악, 온화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음악, 피곤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리스트가 있다. 그런데 왠지 정형화되고 상업적인 냄새가 나서 그런 음악은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마음을 시원케 하는 음악,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음악을 듣고 싶다. 다윗의 음악은 어떤 음악이었을까? 오늘따라 무척 궁금해진다.
1.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풀빛, 서울) 2012년
2. 김경집, '인문학은 밥이다' (알에이치코리아, 서울) 2013년
3. 금장태, '다산의 악론과 악률 복원의 과제'(예문서원, 한국철학총서)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