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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16. 2015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일생 단 한 번도 경제학을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20세기 전까지 경제학은 철학의 한 분야에 불과했다. 사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 감정론’이란 책을 써서 철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아담 스미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실수 하는 것은 '그가 왜 그런 책을 썼는가?’ 하는 역사적 배경을 살피지 않고, 단순히 그의 이론만 살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18세기 중반 당시의 중상주의를 비판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중상주의는 변모를 거듭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왕실중상주의(royal mercantilism)라 할 수 있다. 나라가 부강하려면 나라 안에 은, 금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초기 중상주의다. 처음에는 나라 안의 은, 금이 유출되지 않도록 힘썼지만, 곧이어 거래를 통한 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들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절대군주와 상공인들이 야합하여 서로 이익을 추구했다. 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했고, 정부는 각종 보호무역장치를 마련했다. 왕실 정부는 상공업자에게 독점적 권한을 주어 국가의 부를 늘리도록 하였다. 한마디로 정부와 기업의 결탁이다.

아담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이러한 상황에서 아담 스미스는 정부가 개입하여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주고 보호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아담 스미스는 아무리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보았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연결 고리를 끊고자 했다.


정부와 기업의 연결 고리를 끊고자 제시한 경제이론이 바로 ‘국부론'이다. 국가의 부를 늘리는 것은 정부와 특정 기업의 야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부가 증진될 때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그의 경제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경제학이 막 출발할 때니 그럴만하다. 1. 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살고 싶어한다. 2. 모든 인간은 교역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남의 것과 바꾸고 싶어하는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하는 공통된 성향이다.”(토드 부크홀츠, 45쪽) 따라서 정부는 간섭하지 말고 시장의 원리에 맡겨두면, 경제도 성장하고 고용도 증가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경제학의 초석을 놓는 원리였다.

오늘날 자본주의자들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여 사용한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기업을 규제하려고 할 때마다 기업들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들먹이며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보이지 않는 손은 기업이 가지고 있다. 기업은 로비스트를 고용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각종 법안과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돈의 힘 앞에 정치가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대 마트들이 동네마다 들어와 구멍가게들을 문 닫게 하는 일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통하여 중소기업이 들어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정권처럼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재산을 상속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힘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가고 있다. 한 마디로 아담 스미스가 말하고자 한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주범은 바로 거대 공룡 기업이다. 지금은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만일 아담 스미스가 현재의 기업들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리치먼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조나단 B. 와이트는 그의 책 “애덤 스미스 구하기”에서 정비공의 입을 빌려 아담 스미스의 심정을 토로한다.  "나는 사람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 시장 시스템을 악용할 것이라고 늘 얘기했다네. 정부가 특혜받은 소수에게 특권과 불합리한 독점을 허용할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해 경고하느라 한평생을 보냈지. 그런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도덕성이 없으면 경제적 자유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라네. 특히 지배계급의 도덕이 중요해.” (조나단 B. 와이트,76쪽) 


오늘날 돈의 힘으로 공정한 경쟁의 룰을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기업을 아담 스미스가 본다면, 오히려 정부에게 나서서 독과점과 독식을 규제하라고 말할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생략한 체 기업이 자신의 경제원리를 역이용 하는 것을 보면 아담 스마스는 땅을 치며 분개할 것이다.


참고도서 

1.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이승환 옮김, (김영사:서울) 1995년

2. 조나단 B. 와이트, '애덤 스미스 구하기', 안진환 옮김, (생각의 나무:서울)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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