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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02. 2015

나는 누구인가?

영화 대니 콜린스를 보고서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팝스타 대니 콜린스(Danny Collins, 2015)는 대중들의 사랑과 인기를 받으며 엄청난 돈을 번 슈퍼스타다.

누구나 원하는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그는 마약과 술에 절어 산다. 

그에게 40살 연하의 젊은 약혼녀가 있지만, 그녀는 이미 바람난 상태다.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친구는 매니저인 프랭크 그럽맨(크리스토퍼 플러머)뿐이다. 

젊었을 적에는 송라이터(Songwriter)로서 꿈과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30년 전부터 그는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았다. 

돈다발 속에서 살지만, 그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매일밤 자살을 꿈꾼다. 

그러던 차에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그가 무명시절 인터뷰할 때 자신의 롤모델이 존 레넌(John Lennon, 1940~1980)이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존 레넌은 그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인터뷰어(Interviewer)는 그 편지가 돈이 될 줄 생각하고 전달해주지 않았다. 

그 편지가 무려 40년 만에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에게 배달되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각색한 것이다. 

영국의 포크 가수 스티브 틸슨(Steve Tilston, 1950~)이 34년 만에 존 레넌에게 편지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감독이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 작업을 한 것이다. 

스티브 틸슨과 알 파치노

실제 존 레넌의 편지다.   

“부자가 된다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바뀌는 게 있다면, 더 이상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음식과 집이 달라진다.

살면서 겪는 것들, 사람들과 관계는 바뀐게 없다.

나는 없이 살다가 지금은 부자지만, 여전히 곡을 쓴다.

또한 삶은 지금도 흥미진진하다.

나는 가난도 겪었고 부도 누린다. 요코 역시 그렇다.

Love. John & Yoko"

스티브 틸슨에게 보낸 존 레논의 실제 편지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40년 만에 받은 존 레넌의 편지는 대니 콜린스에게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고 몰두해 온 삶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발견하였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c Erickson, 1902~1994)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길이 아니다”를 깨닫는 순간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20대 젊은 시절에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오지만, 대니 콜린스처럼 70대에도 찾아올 수 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인생에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잘못된 줄 알지만, 그 길을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이제라도 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지.

누구나 고민하게 된다. 

만일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의 인생은 그것으로 멈춘다. 

사실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은 그에게 현실에 타협하여 안주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그게 편하니까.

그게 쉬우니까.

대니 콜린스의 매니저이자 유일한 친구인 그럽맨도 현실에 안주하라고 충고한다. 

프랭크 그럽맨(크리스토퍼 플러머)

영화 속 대니는 과감히 새로운 길을 걸어나간다. 

영화니까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머무르는 소시민들의 소심함을 풀어주려는 감독의 배려인지 몰라도

대니 콜린스는 계획된 월드 투어를 취소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70대 노인의 성장드라마다. 

다 늙은 노인에게 무슨 성장 드라마냐 하겠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그는 40년 동안 잊고 지내던 유일한 아들 톰을 찾아간다. 

그리고 ADHD를 앓고 있는 손녀딸 호프를 만난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가족의 정을 나누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은 이미 상처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다. 

차갑게 외면하지만, 대니 콜린스는 진심으로 아들에게 다가간다. 

더욱이 아들은 유전성 질환인 희귀 백혈병까지 앓는 상태다. 

그러면서 20대 여성이 아닌 자기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성 메리(아네트 베닝)를 만나게 된다.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그녀의 지지를 받아가면서 새로운 음악을 작곡한다. 

'Don’t look back' (실제로 알 파치노가 부르는 이 노래는 참으로 감미롭다.)

그의 신곡이다. 

그는 슈퍼스타에 걸맞지 않게 조그만 클럽에서 서서히 마음 문을 여는 아들 가정과 새로운 여자친구 메리 앞에서 신곡을 발표할 계획을 세운다. 

처음 가수를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함을 회복하려는 뜻이었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거기서 신곡을 멋있게 발표하고 대니 콜린스의 가정이 회복되고, 사랑도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대니 콜린스는 두려움에 신곡을 발표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그의 통속적 히트곡 ‘hey baby doll’을 부른다. 

아들 가족과 여자친구 메리는 크게 실망하고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인간은 누구나 약한 법이다. 

그렇지만 대니는 끝까지 아들 곁을 지킨다. 

백혈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들을 품에 안아주는 마지막 장면은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하였다. 

부족하긴 하지만 대니는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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