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4년 4월 15일 나다르 사진관에서 한 달 동안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13명의 인상파 화가들이 그림 165점을 전시하였다.
같은 시기에 도시 건너편에서는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살롱전시회가 대규모로 열리고 있었다.
274m의 길이의 건물에 무려 3,000~4,000점의 그림이 전시되었다.
프랑스 전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전시회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작품들은 활발하게 거래되었다.
반면에 인상파 전시회는 한산하였다.
작품은 판매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살롱 전시회에 인정받지 못하였다.
인상파 화가들은 여러 차례 출품하였지만, 살롱의 전문 심사단들은 그들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살롱에서 인정받지 못한 작품은 대중들도 외면하였다.
살롱과 대중은 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살롱은 대중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기호에 맞는 작품들을 인정하고 상을 주었다.
그림은 올바른 원근법과 익숙한 예술적 전통에 따라 그려야 했고, 현미경 수준으로 정밀하고 마무리가 확실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대중의 정서에 맞아야 했다.
대중들은 살롱의 심사기준에 만족하였으며 그것에 권위를 부여하였다.
간혹 살롱의 전문 심사단들이 실험적인 작품들, 이를테면 인상파의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하면 대중들은 작품 앞에서 야유를 보냈다.
1865년 전시된 마네의 올랭피아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여성의 누드는 카바넬(A. Cabanel,1823~1889)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과 같이 영원한 여신의 모습이 표준이었다.
그러나 마네는 거리의 고급창녀를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렸으며, 원근법적인 깊이도 배제하고 평면적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은 전통 누드화에서 느낄 수 있던 품위없는 저급한 음란물이라고 혹평하였다.
올랭피아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모습으로 수치심도 없이 관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고 비난하였다.
결국, 올랭피아는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관객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천장 바로 밑으로 옮겨졌다.
1868년 르누아르와 바지유, 모네의 그림이 살롱 심사를 통과하여 전시되었다.
대중은 그들의 작품을 비웃고 조롱하였다.
6주가 지났을 무렵 작품들은 주 전시실에서 치워졌고 데포투아(dépotoir 쓰레기장)로 쫓겨났다.
그곳은 건물 뒤편에 있는 작고 어두컴컴한 방으로, 실패작이라 간주하는 그림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건 심사에서 떨어지는 것보다도 더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인상파 화가들은 자신들의 그림을 인정해주는 독자를 찾기 시작했다.
비록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작품을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카퓌신(Capucines) 대로변에 있는 한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거리의 사진사 나다르의 집이 비었음을 발견했다.
이 공간은 적갈색의 벽으로 된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사상 유명한 인상파의 출범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비록 동시대 대중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그들을 좋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그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들의 그림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다.
한달동안 열렸던 첫번 인상파 전시회에 3,500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인상파 화가들은 기죽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 열심히 작품활동에 매진하였다.
토끼장처럼 좁은 건물 꼭대기 층에 걸려 있던 그림들,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던 그 그림들을 오늘날 사려고 한다면, 최소한 10억 달라 이상은 주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중요한 정치 원리로 삼는다.
다수결의 원칙, 대중의 여론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 1841~1931)은 군중심리의 특성은 무책임성, 성급함, 전염성, 변덕, 집단최면, 지적 판단력의 결여 등으로 설명한다.
확실한 증거에 근거한 논리적 판단력과 합리성을 상실하고 맹목적인 감정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대중선동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대중의 입맛에 맞출 줄 알았던 선지자들을 향하여 성경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들은 거짓 선지자들이다."
그들은 선동가일 뿐이다.
오늘날에도 대중 선동가들이 인터넷 세상에 판을 치고 있다.
마녀 사냥하듯이 근거 없는 비난과 비방, 아님 말고 식의 뜬 소문들을 퍼트려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사도 바울은 단호히 선언한다.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라디아서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