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May 27. 2016

노인의 삶도 아름다울수 있다.

영화 계춘할망과 미스터 홈즈를 보고서

나의 어머니는 84세다.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계셔서 마른 가지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으셨다.

당뇨약을 먹는데도 차도가 없어 고통받으시는데 아들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아들 먹이겠다고 날마다 정성껏 음식을 차리신다.

아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하시는데 난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때로 몸이 너무나 쇠약해서 교회까지 걸어올 힘도 없으시다고 말씀하신다.

어느 날인가 교회에 다녀 오다가 바지에 그만 변을 보고 말았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냄새나는 옷을 손 빨래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다.


당뇨약이 더는 효력을 나타내지 못하자 결국 인슐린 주사를 맞게 되었다.

놀라운 일은 인슐린을 맞으면서 삶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식사량도 늘게 되고, 자연히 체중도 늘고 건강도 좋아지셨다.

난 '우리 어머니 시집가도 되겠다.'고 놀려대었다.

어머니의 혈색이 다시 좋아지고 활력이 넘쳐나니 너무나 기쁘다.

그래도 나는 별 표현 없이 오늘 하루를 보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 말 한마디가 왜 이리 힘든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것 같은데 어머니마저 가신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나도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노년기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결론나는 시기다.

풍성한 삶을 사는 노년기인가? 아니면 빈 껍데기로 전락하는가?


일생 일만 하다 은퇴하고 건강도 잃어버리고 늙어지면 아무 할 일 없이 그저 쉬기만 하는 노인들을 가끔 본다.

온종일 가만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흔히들 노인들에게 “이제 그만 좀 편히 쉬세요!” 말하는 것을 듣는다.

젊은이들도 하릴없이 종일 가만 있으면 정신과 육체에 해롭지만, 노인에게는 더욱 해롭다.

가끔 요양원에 가면 멍하니 TV나 보고 있는 노인들을 본다.

죽음을 기다리며 시간을 축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불쌍하다.

그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하여 몸부림치며 푼돈이라도 벌려고 마지막 진액을 다 쏟아내야 할까?

아니면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푹 쉬면서 시간만 축내고 있어야 할까?

계춘할망은 이런 말을 하였다.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살만하다.

이제 내가 네 편이 되어줄 테니 너는 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그녀는 손녀딸 혜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푼다.

그녀가 진짜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손녀딸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관심 있는 것은 집을 얼마에 팔아서 큰돈을 남겨 호의호식하며 사는 데 있지 않았다.

그녀는 돈도 명예도 일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이 중요했다.

사랑을 쏟아줄 사람(혜지)이 중요했다.


노년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교훈이 여기에 있다.

노인은 더는 일(돈)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다.

노인은 사람(사랑)을 위해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 그가 베풀고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그것이 노인의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지나온 생애를 돌아보며 불평으로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이다.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노인이다.

사람에 대한 불평과 증오로 가득 찬 노인 곁에 어느 누가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그(그녀)는 어둠 속에서 사람들에게 소외당한 체 아니 스스로 자신을 소외시킨 체 삐딱하게 살아가는 불쌍한 노인이다.

지금까지 돈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살아왔다면, 이제 마지막을 살아야 하는 노년기에는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품어주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젊어서부터 노년의 삶을 위하여 준비하여야 한다.

너무 일에 몰두하지 마라!

주변의 사람을 살펴보며 살라!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공감 능력을 키워라!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자폐 증세가 있다.

나이 들어서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오직 자신만을 위해 달라고 고집부리며 사는 노인처럼 꼴불견은 없다.

이제 자폐의 성에서 빠져나와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노년의 삶이 풍성해진다.

매일의 삶은 죽음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셜록 홈스의 노년기 모습을 담은 “미스터 홈즈(Mr. Holmes, 2015)에서 셜록은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 마지막 여정은 아니야. 죽음은 우리가 걸어나갈 또 하나의 여정일 뿐이지.”

그렇다. 내가 떠난 뒤에 남겨진 사람들이 나를 회상하며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이다.


내일은 어머니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 고백을 해야겠다.

떠날 날이 얼마 되지 않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어리석은 군중이기를 거부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