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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25. 2015

소통의 능력을 키우자.

2012년 OECD 22개 회원국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문자 독해력을 조사했다. 

수년간 준비 끝에 22개 나라에서 15만 명 이상을 조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밀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연령대나 성별을 고려하여 6천여 명을 조사했다. 

테스트 결과 젊은층(16~24세)은 292점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일본 등과 함께 3위에 올랐다. 

반면에 장년층(55~65세)은 244점으로 밑에서 세 번째로 20위를 하였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나이가 들면 독해력 점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영국은 0.1점, 미국은 8점 차이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48점이나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의 독해력은 20대 초반에 정점을 나타내고 나이가 증가할수록 급격히 감소하여 거의 문맹 수준으로 떨어진다. 

글을 읽기는 하지만 의미 파악을 거의 못하는 실질 문맹의 수준으로 떨어져 장년층의 노동생산성은 바닥을 헤맨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높아서 젊은층은 독해력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그 후 교육을 통해 획득한 역량을 개발하지 않고, 다시 말해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사장시켜 다시 문맹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는 주변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읽으라고 권면도 하고 때로 나의 위치를 이용해서 강요도 한다. 

그러나 한두 번 따라 하는 듯하다 이내 책을 읽지 않는다. 

그것도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목사, 전도사들이 그러하다. 

신학교만 졸업하면 책을 읽지 않는다. 

친한 대학교수들을 만나 이러한 사정을 한탄하며 말하니 놀랍게도 교수들도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10년 전 20년 전 박사학위를 딸 때 공부했던 강의안을 수십 년째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독서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책은 안 읽어도 좋다. 

정보가 필요하면 인터넷을 뒤적이면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정보가 반드시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인터넷의 글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다. 

경험이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 경험하든지 아니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직접 배우는 것도 좋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여야 한다. 

내 주변에 난독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난독증 환자는 글을 읽고 단어들을 처리하는 뇌의 특정한 영역이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증세다. 

이는 지능저하나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증상이다.

난독증 환자들은 글을 읽을 때 마치 통신장애가 있는 것처럼 단어와 문장을 서로 연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버드 대학교의 난독증 연구원인 나딘 갭(Nadine Gaab)은 이렇게 말한다. 

“난독증이 있으면 읽는 방법을 배우는 데 한참이 걸릴 수도 있다.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게 되면 유창하게 읽는 데 장애가 된다. 

이어 독서 이해력에도 장애가 된다. 

왜냐하면,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한 문장의 끝까지 도달할 때쯤에는 그 문장 처음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난독증 환자의 읽는 능력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읽을 수 없다니!

그러면 이 사회에서 어찌 적응해 나갈까?

Nadine Gaab

미국 연방 변호사이며  Boies, Schiller & Flexner 로펌의 대표인 David Boies는 지독한 난독증 환자이다. 

일리노이주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때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공립학교 선생이었던 어머니는 보이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보이스는 어머니의 말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여야 했다. 

보이스의 학교 성적은 언제나 꼴찌였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로스앤젤레스 시 동쪽에 있는 작은 사립대학인 레드랜드 대학에 들어갔다. 

어렸을 때 법에 관심이 있어서 법과를 지원했지만,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졸업하지 않아도 로스쿨에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필수 과목들을 그냥 건너뛰어 버렸다. 

그가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로스쿨은 법대보다 더 많은 독서를 요구했다. 

그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대법원의 긴 견해를 한 페이지쯤으로 압축한 안내 자료가 있었다. 

그는 그 안내 자료를 이해하는 쪽을 선택했다. 

법대생 중에 그 누구도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런데 그에게 남이 갖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남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그것을 모두 외워버리는 것이다. 

단어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지고 있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 미세한 얼버무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언어습관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보통 학생들은 열심히 노트하거나 지루한 강의에 질려 꿈나라에 가곤 했지만, 보이스는 교수의 강의에 집중하였다. 

그는 책 읽는 능력이 너무나 떨어졌기에 교수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David Boies

그가 소송변호사가 되었을 때 그의 재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때때로 말하다가 막히기도 하고, 더듬거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건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는 고객의 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들었고,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할 때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내포된 뉘앙스 차이를 기가 막히게 포착하였다. 

그는 미국에서 소송변호사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비록 독서능력과 독해능력은 떨어져 법전이나 사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였지만, 그의 곁에는 얼마든지 그것을 도와줄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는 남 보다 더 큰 능력 곧,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능력이 있었다.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경청은 일맥상통한다. 

독서와 독해 능력이 뛰어나든지, 아니면 경청의 능력이 뛰어나든지, 아무튼 정보와 지식을 쌓아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만의 성에 갇히게 된다. 

고집과 아집만 가득한 벽창호처럼 바깥 세계와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소통의 능력을 키우자. 

그것이 바로 능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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