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국제학교(DFCIS)
얼마 전 EBS에서 “학교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3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평소 교육문제에 관심이 있기에 열심히 시청하면서 오늘날 학교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아주 조그만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보아도 인사하지 않는 학교가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의 모습이다.
학교의 아침을 바꿔보자고 수원 금호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하였다.
김두성 교장 선생님은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바꾸기 위해 교실 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모두들 쑥스럽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지만, 선생님들의 인사는 계속되었다.
마침내 학생들도 선생님을 보면 인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학교의 기적이란다.
어쩌다 이런 모습이 학교의 기적이라고 할까?
참으로 기가 막히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자는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학교다.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학생들은 건드리지 않고 포기한단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낮 12시가 넘어서 학교에 와도 책망하기는커녕 학교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교의 기적이란다.
사실 이런 모습이 한국 학교의 현실이다.
예전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두발 단속을 하고,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얼차려 주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학교 교육은 학원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선행학습으로 학교 진도는 쑥쑥 나아가고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도태된다.
지난 11월, 필리핀 바기오 시에 있는 제자들국제학교(DFCIS)를 방문하였다.
바기오 시내에서 찌프니를 타고 한참 가야 하는데 마치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 학생들을 이곳에 가두어 두고서 공부만 시키는구나!
학생들이 힘들겠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섰다.
정말 학교는 산속의 수도원같이 조용하였다.
평소 보아오던 필리핀 건물과는 다른 현대식 건물로 학교, 기숙사가 조화롭게 배치된 아름다운 학교다.
학교가 조용해서 그런지 분위기도 경건하고 발걸음도 조용조용 까치발로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창문 너머 수업하는 학생들을 보니 독서실 같은 곳에서 모두 머리 숙이고 각자 공부에 열중이었다.
한 교실에 선생님 두 분이 서서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다가가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행구 목사님께서 학교의 비전과 현황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에 확 다가오는 무엇이 없었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되어서 학생들이 식사하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난 깜짝 놀랐다.
학생마다 한결같이 우리를 보고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크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만나는 학생마다 여기저기서 인사하는데 나는 그들에게 “너희 나를 아니?” 묻고 싶었다.
식당에 삼삼오오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은 수도원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로움과 생기가 넘치는 곳임을 알아차렸다.
점심이 끝난 후 매점에서 만난 학생들, 쉬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얼굴에서 그늘을 조금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얼마 후 아이들이 예배실로 자연스럽게 모여서 큐티를 나누는데 더욱 놀랐다.
아무런 강제적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여서 진지하게 큐티를 나누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공부하는 시간 이외에는 강제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큐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노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무려 70%의 학생이 큐티나눔에 동참한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학교와 학생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있는가?
이 학교는 도대체 어떤 학교일까?
한국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답답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나의 여동생 부부도 중고등학교 선생이기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뜻밖의 모습을 보았다.
난 필리핀에서 진정한 학교의 기적을 보았다.
제자들국제학교에 대한 분석은 다음에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