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아끼고 염려해주는 줄 미처 몰랐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동안 정부에서 내게 보내는 문자가 아마도 수백 건은 되는 듯싶다.
'낙타와 접촉하지 마라!'
'메르스 조심해라!'
'위험 지역에 들어갔으니 속히 나오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똑같은 문자가 반복하여 오는데 나중에는 짜증이 났다.
진짜 나를 염려해서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요르단 이스라엘을 여행한다고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염려했던 것은 안전문제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중동은 화약고가 아닌가?
주변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나 자신이 스스로 걱정을 했다.
'예수님이 다니시던 이스라엘도 좋지만 일단 안전해야 하지 않을까?'
'IS가 극성을 부린다는데 과연 중동은 안전할까?'
'이스라엘 문화 탐방을 공연히 계획했나?'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마 교인 중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이곳이 안전한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외국인이 찾아주는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여행하는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없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나는 여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기도 하였다.
팔레스타인이 다스리고 있는 여리고의 시험산을 방문했을 때 마침 저녁 시간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시험산을 조망하는 곳에 마침 팔레스타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다.
가게 안을 들어섰더니 물건을 판매하는 젊은 청년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 사진에 관심을 가진 청년이 내게 접근하여 말을 붙였다.
내가 메고 있는 카메라 스트랩에 관하여 이것이 한국산인지 물어보았다.
20살 청년과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버스가 출발한다는 말에 물건 하나 사지 못하고 급히 나오는데 청년이 뒤따라 나왔다.
내게 선물을 주겠다면서 봉지에 열쇠고리와 냉장고에 붙이는 것 두 개를 넣어서 주었다.
이름도 모르는 청년이 주는 자그마한 선물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버스 안에까지 따라와서 목걸이를 팔던 아저씨가 준 목걸이,
페트라에서 받은 사진엽서
여행하면서 이런 선물을 받은 적이 처음이다.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처음 걱정과 염려는 눈 녹듯 사라지고 이곳은 다시 오고 싶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지리와 문화 풍토를 현장에 직접 보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역시 글로 배운 지식보다는 현장에서 얻은 지식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욱이 이곳 지형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지형이어서 와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측면이 많다.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만한 이스라엘에 이렇게 다양한 기후와 지형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