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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r 03. 2016

세 여자의 눈물이 어린 아르논 계곡

우리는 마케루스를 뒤로 하고 모압의 국경을 가르는 역할을 하던 아르논 계곡을 향하여 갔다.

모압 고원은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는 평지다.

가는 내내 좌우로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밀밭이라고 한다.

현재는 대개 밀을 심지만, 성경 시대에는 보리를 주로 심었다.

모압 땅은 기름진 데다 비가 적당히 내려서 곡식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민수기 32장에 보면 르우벤과 갓 지파는 이 땅의 풍요로움을 보고 가나안 땅 대신에 이곳을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르우벤은 아직 가나안 땅을 가 보지 못했지만, 이곳만 하겠냐는 생각이었다.

모압은 그만큼 풍요로운 땅이다.

룻기에 보면 나오미 가족이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자 모압으로 이사를 가는데 그럴만 하다.

아르논 계곡을 굽이치는 왕의 대로

모압의 국경 역할을 했던 아르논 계곡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엄청난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르논 계곡은 요르단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알려진 곳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왕의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84km 내려가면 깊은 골짜기를 만나는데 그곳이 바로 아르논이다.

폭은 4km, 깊이는 400m에서 1km에 이르며 총 길이는 18km에 이르는 거대한 계곡이다.

이 계곡은 지형이 가파르고 골짜기는 깊어서 천연적인 경계선이 되었다.

멀리 보이는 모압 고원에 구름 한 조각이 걸려 있다.

그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대충 짐작이 간다.

저쪽 모압고원에서 우리 쪽을 바라볼 때는 또 어떤 모습일까?

멀리 모압땅이 보인다.(사진 : 임한중 선교사)

우리는 아브라함 선교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구약 세계로 들아가 보았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모압 고원의 평야 지대를 걸었던 나오미와 그의 며느리 오르바와 룻을 떠올렸다.

흉년이 들어 모압으로 이민을 갔다 거기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어버린 나오미는 고향 베들레헴에 풍년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때 그의 두 며느리 오르바와 룻도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르겠다고 하였다.

비록 이방 여인이긴 하지만 효성스러운 며느리였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두 며느리도 그와 함께하여 유다 땅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가다가"(룻1:7)

저 멀리 보이는 고원지대가 바로 모압 고원이다.

그들이 모압 평지를 걸을 때는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푸르고 푸른 땅, 비옥한 땅이 계속 펼쳐진다면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그들이 마침내 아르논 계곡에 다다랐을 때 그들도 우리처럼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그 시대에 말로만 듣던 아르논 계곡을 보면서 그들은 큰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 계곡을 건너면 다시 모압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직감하였다.

그리고 저 계곡 넘어 어떤 세상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오미는 며느리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룻1:8)

아르논 계곡을 조망하는 곳에서 물건 파는 상인의 가게

그때 두 며느리는 통곡하며 울었다.

오르바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고향 땅 모압으로 돌아갔지만, 룻은 어머니를 따르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룻1:16,17)

룻은 아르논 계곡을 건너면서 죽음을 각오하였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 작품

나는 아르논 계곡에서 세 여자의 눈물과 이별, 그리고 결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르논 계곡을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아르논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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