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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r 16. 2016

저주받은 도시 여리고

느보 산 꼭대기에 모세가 섰다.

바로 코앞에 요단 강이 맑게 흐르고 있다.

요단 강 너머에는 종려나무(대추야자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아름다운 도시 여리고가 있다.

그리고 멀리 산등성이에 예루살렘이 또렷이 보였다.

느보 산에서 바라보는 가나안 땅은 정말 아름다웠다.

저기가 하나님께서 약속하여 주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저기가 우리가 살 곳이다.

싯딤 계곡에서 바라본 느보산

남들은 나이 많다고 이제 쉴 때가 된 것이 아니냐 하지만, 모세는 아직 가나안 땅 정복의 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더 가고 싶었다.

느보 산 아래 싯딤 계곡에 자리한 200만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정복을 향한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님은 냉정하셨다.

"네가 비록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땅을 맞은편에서 바라보기는 하려니와 그리로 들어가지는 못하리라.” (신명기 32:52)

아쉬웠다.

고대 여리고 성의 망대

여리고 성에 살던 라합은 친구들과 함께 요단 건너편 싯딤계곡을 바라보았다.

이스라엘 백성은 싯딤 계곡을 가득 채웠다.

마치 여름날 몰려오는 메뚜기 떼처럼 새까많게 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여리고 성의 백성이라고 해봤자 수천 명에 불과한데 수백만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바라보니 기가 탁 질려버렸다.

이스라엘 백성이 무어라 외치는데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여리고

친구들은 각자 얻어들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면서 저 큰 대국 이집트 군대를 몰살시켰다더라."

“암몬의 왕 시혼과 바산의 왕 옥을 굴복시켜버렸다더라."

“시혼과 옥이 어떤 임금이냐? 우리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왕이 아니더냐!"

“그런 시혼과 옥을 정복한 이스라엘을 우리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사람들은 두려워 떨기 시작하였고, 어떤 사람은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행히 모맥을 거두는 시기여서 요단 강이 범람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요단 강도 본래 모습대로 작아질 것이다.

시간은 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누가 우리를 도우러 올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절망적이었다.

놀랍게도 이스라엘은 범람하는 요단 강을 육지처럼 건넜다.

홍해를 육지처럼 건넜다는 말이 과장된 허풍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단 강을 건너는 것을 보니 과장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진정 하나님의 군대로구나!"

라합은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이야기를 통하여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험한 인생을 살았던 라합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 편에 서지 않으면 살 길이 없구나.'

나중에 이스라엘 정탐군을 만난 라합의 고백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수아2:11)


모세의 시종이었던 여호수아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모세의 명령을 잠잠히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

제대로 이끌지 않으면 언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첫 번 전투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예루살렘의 관문 역할을 하는 여리고 성은 난공불락의 성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없으면 결코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여리고의 모스크도 왠지 초라해 보였다.(버스 안에서)

요단 강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건넜다.

이제 눈앞의 여리고는 어떻게 정복해야 할까?

고민하는 여호수아 앞에 여호와의 군대 장관이 나타났다.

그가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였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여호수아 5:15)

“아! 이 명령은 모세가 호렙 산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날 때 하셨던 말씀 아닌가?

출애굽이라는 엄청난 사명을 주실 때 하신 말씀과 같은 말씀 아닌가?

가나안 땅 정복이라는 엄청난 사명 앞에서 나에게도 꼭 같은 말씀을 주시는구나!"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이 전쟁은 승리하겠구나.’ 생각하였다.

버스안에서 바라본 여리고

여리고로 들어가면서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사실 여리고는 잊혀진 도시였다.

1868년 여리고를 처음 발굴하기까지 이곳은 아무도 고대 도시의 유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리고는 여기저기 종려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나머지는 온통 흙으로 뒤덮인 언덕일 뿐이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여리고는 초라하였다.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어서 더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정복하고 나서 이렇게 선언하였다.

"누구든지 일어나서 이 여리고 성을 건축하는 자는 여호와 앞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라 그 기초를 쌓을 때에 그의 맏아들을 잃을 것이요 그 문을 세울 때에 그의 막내아들을 잃으리라”(여호수아 6:26)

여리고는 저주받은 도시다.

그 후 여리고는 세우고 무너지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폐허로 변하였다.

폐허가 된 여리고를 고고학자들은 발굴하기 시작했다.

고고학적 발굴조사로 여리고 근처에 고대 여리고 성이 네군데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도 더 많은 여리고 성을 발굴할지도 모른다.

여리고는 초라하였다. (버스 안에서)

1904년 자유주의 신학자 벨 하우젠(J. Wellhausen)은 예수님과 삭개오가 여리고에서 만난 사건을 부정하였다.

누가복음 18장에 보면 여리고에서 예수님은 한 소경 거지를 고쳐준다.

그런데 누가복음 19장에 삭개오를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여리고로 들어가 지나가시더라.”는 말씀이 나온다.

'아니 여리고 안에 있는데 왜 또 여리고로 들어가는가?'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벨 하우젠은 성경의 문제점을 하나를 발견하였다고 신나게 떠들어 대며 성경은 거짓이라고 주장하였다.

많은 자유주의 신학자는 벨 하우젠의 이론을 맹종하였다.

벨 하우젠이 여리고에 와 보았더라면, 여리고가 단 하나가 아니라, 예수님 당시에도 이미 구 여리고와 신 여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어리석은 주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저기 흙으로 덮여 있는 여리고(저곳을 파면 무슨 유적이 나올까?)

나는 고고학자들의 의견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이 발굴하여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 모든 것을 의심한다.

아니 확실한 증거가 주어져도 의심하는 버릇은 버리지 못한다.

그런 태도가 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래도 그들의 태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신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즐겨 읽던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은 고대 도시 트로이를 발굴하겠다고 나섰다.

신화 속의 이야기를 실제로 믿는다고 학자들은 모두 코웃음 쳤다.

일개 사업가의 믿음을 비웃고 조롱하던 그들은 마침내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견했을 때에야 마지못해 인정하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학자들 중에는 슐리만을 “더러운 도굴자”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성경 고고학자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의 손에 확실한 증거를 쥐여 주기 전 까지는 성경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발굴한 것들도 자신들의 의심을 확증해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여호수아의 여리고 정복을 부정하는 쪽으로 해석해나간다.

여리고

세계적인 구약학자이며 고고학자인 브라얀 우드(Bryan Wood) 교수는 토론토 대학교에서 도기 분석법(pottery analysis)을 전공한 분으로, 특히 주전 15세기 가나안 항아리를 전문으로 연구한 학자다.

그는 깨어진 도자기 파편만 보아도 그것이 어느 시대의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분이다.

그가 여리고 성이 무너지던 주전 15세기 도기를 전문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여리고 성은 성경에 기록한 대로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정복하던 15세기경에 무너진 것이 맞는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여리고 성안의 집집마다 곡식을 가득 담은 불탄 항아리가 발견되었다.

보통 성을 정복하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의 하나가 곡식이다.

그런 곡식이 불탄 체 그대로 있다는 것은 여리고 성이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화재가 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여리고 성벽의 붕괴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여리고 성은 6.0 이상의 강진으로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다.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여호수아의 군대가 마지막 날 큰 목소리로 일제히 소리 지를 때, 하나님께서 지진을 통해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무너진 성벽 사이로 이스라엘군이 진격해 들어갔다는 기록(so every man charged straight in, and they took the city.여호수아6:20)은 이런 사실을 확증케한다.


'믿음의 눈으로 성경을 보느냐, 의심의 눈으로 성경을 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성경학자라고, 신학자라고 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진정 하나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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