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Mar 14. 2016

죽음의 바다가 생명의 바다로

사해를 가다

천국에 가면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 강이 흐른다. 산지와 광야에 살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물은 곧 생명이다. 성경에는 물에 대한 말씀이 많이 나온다. 이른비, 늦은비, 소낙비, 이슬비. 물이 귀한 이스라엘에 비는 축복의 상징이다.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고 내 산 사방에 복을 내리며 때를 따라 소낙비를 내리되 복된 소낙비를 내리리라”(에스겔 34:26)

물은 생명수이면서 동시에 잘못 관리하면 죽음의 물이 된다. 200년 전만 해도 세균에 오염된 물을 통하여 전염병이 돌고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보면 1813년 4만 영국군이 나폴레옹 군과 전쟁할 때 전사한 사람이 1만 2,000명이지만, 오염된 물을 마셔서 질병으로 죽은 병사는 무려 1만 6,000명이었다. 1848년 러시아군이 헝가리를 공격할 때, 1만 1,000명 군사가 사망했는데 그중 1만 명이 오염된 물로 죽었고, 실제 전투에서 죽은 사람은 1,000명에 불과하였다.

이스라엘이 맛사다에서 로마에 항전한 기간은 무려 3년이었다. 작은 요새 안에 1,000여 명이 살면서 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물탱크에 비축해 놓은 물은 오염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2,000년 전 유대인들의 위생관념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성경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유대인들은 어떤 경우에든 죽은 시신은 부정한 것으로 여겼다. 그것이 작은 도마뱀이라 할지라도 그 사체가 그릇에 떨어지면 그 질그릇은 무조건 깨뜨려 버려야 한다.(레위기 11:35) 만일 그 작은 죽음이 물에 떨어지면 그 물도 부정한 것이 되어 사용하지 않았다.

“샘물이나 물이 고인 웅덩이는 부정하여지지 아니하되 그 주검에 닿는 것은 모두 부정하여질 것이요.”(레11:37)

유대인들이 제일 깨끗한 물이라고 생각한 것은 계속하여 솟아나는 샘물이다. 미쉬나와 탈무드에는 물의 오염 정도에 대하여 수백 페이지에 걸쳐 기록하고 있다.

사해주변은 말 그대로 황무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천국에 바다가 없다는 사실이다. 왜 천국에 바다가 없을까?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생각하던 바다는 두려움과 혼돈의 장소였다. 바다에는 리워야단(Leviathan)이라는 용이 살고 있다고 그들은 믿었다. 고대까지 안 가고 중세시기 유럽인들 역시 먼 바다로 항해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였다. 바다는 고대인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뉴질랜드의 바다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 바닷속에 들어가 버렸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람 사람들은 사해를 '소돔과 고모라의 바다’ 혹은 ‘롯의 바다’라고 불렀다. 사해는 그들에게 죽음의 바다이며 동시에 심판의 장소다. 사해에는 어떤 물고기도 살지 못하며, 그 해변 역시도 뜨거운 기후 때문에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삭막한 광야가 되었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사해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와 중첩되어 무섭고 두려운 곳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사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역으로 해수면보다 420m 정도 낮다. 해수면보다 200m 아래에 있는 요단강으로 부터 끊임없이 물이 흐른다. 요단강 뿐만 아니라 아르논 강, 세렛 강, 엔 게디로부터도 물이 흘러들어온다. 하루 600만 톤의 물이 들어오지만 빠져나갈 길이 없는 물은 뜨거운 열대 기후로 끊임없이 증발한다. 들어오는 물도 많지만 증발하는 것이 많아서 한해에 1m씩 해수면이 아래로 내려간다고 한다.

사해

아무것도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해지만, 사방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담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요단강이 흘러들어 가는 사해 입구 쪽의 여리고가 그 대표적인 도시다. 고고학적 발굴에 의하면 이미 만 년 전부터 여리고에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도시가 소돔과 고모라였다. 정확한 위치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므로 내가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듯하다. 세렛 강이 흘러들어 가는 곳에는 소알이 있고, 리산의 북동쪽에 마스라(Al Mazraa)가 있는데 아마도 고대의 에글라임(Eglain)인듯 하다. 엔 -게디 샘물을 중심으로 한 도시도 있었다. 바다를 그렇게도 무서워하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사해 주변의 담수호를 근거로 삼아 도시를 이루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두란노 성서지도에서)

죽음의 바다였던 사해가 현대 과학의 힘을 입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해 머드는 세계적인 화장품의 원료가 되었다. 한때 로마의 안토니우스 황제가 클레오파트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리고를 떼어준 적이 있다. 미모를 자랑하던 클레오파트라는 사해의 머드팩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부미용을 위해 사해의 진흙을 가져다 얼굴에 발랐다고 한다.  우리도 사해 체험을 하면서 머드팩을 잠시 하였다. 사해는 염분만 가득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염화칼슘, 염화포타슘, 취하마그네슘 등이 용해되어 자원 활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도 사해의 이런 원료들로 만든 비누 몇 장을 샀다. 과학의 힘으로 바다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닌 유익한 존재로 재탄생되었다.

사해 바다 체험

고대 이스라엘은 바다를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해서 그들이 그리는 천국에는 바다가 없지만, 현대인들이 그리는 천국에는 아름다운 야자수와 더불어 맑고 푸른 바다가 있을 것도 같다. 천국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주받은 도시 여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