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산에 올라가면 예루살렘이 한눈에 보인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알루미늄 돔에 금박을 입혀 보석처럼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건물이다.
모르는 사람은 그것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슬람의 바위 돔 사원이다.
이 사원 안에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바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바위는 예루살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왜냐하면, 예루살렘은 바위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 바위와 동굴들이 즐비하다.
어찌 되었건 모슬렘 전통에 의하면, 무함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한다.
무함마드가 하늘로 올라갈 때 이 바위도 그를 흠모하여 따라가려 했지만, 무함마드를 안내하던 천사 가브리엘이 손으로 바위를 누르며 말하기를 “바위야, 너의 자리는 이곳 세상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에덴동산에는 네가 있을 자리가 없다.”고 외쳤다고 한다.
지금도 바위에는 천사 가브리엘의 손자국이 있다고 이슬람은 믿고 있다.
학자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솔로몬이 지었던 예루살렘 성전이 이곳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솔로몬은 7년에 걸쳐 성전을 지었는데 길이 30m, 폭 10m, 높이 14m로 지었다.
현재의 눈으로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겠지만, 당시 건축 기술로 보면 엄청난 건물이었다.
솔로몬 성전은 BC 587년 바빌론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 후 스룹바벨의 지휘하에 BC515년 제2 성전을 완공하였다.
이 스룹바벨 성전을 후일 헤롯이 더욱 장대한 규모로 증축하였다.
헤롯이 그 성전을 증축하는 데 46년 걸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웅장하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구약의 선지자들로부터 예수님에 이르기까지 예루살렘 성전은 형식적 신앙의 상징처럼 되었다.
예수님 당시 유월절이 되면 순례자의 물결로 예루살렘은 차고 넘쳤다.
평소 2만5천 명의 예루살렘 인구가 유월절에는 12만5천 명까지 늘어났다.
엄청나게 늘어난 순례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소원을 가지고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렸다.
매일 같이 희생되는 동물들의 피는 성전 남쪽으로 난 배수구를 통해 기드론 계곡으로 흘러갔다.
예루살렘은 피비린내로 진동하였다.
하나님은 그러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수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수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이사야 1:11)
성전 벽을 따라 장사꾼들이 순례자를 향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였다.
제사장들은 마치 대목을 잡은 양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다.
화려하게 지은 헤롯 성전은 금빛으로 번뜩였고, 대리석 기둥은 빛을 받아 찬란하였다.
예수님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탄식하였다.
조금이라도 경건한 신앙인이라면 형식과 허위에 찌든 예루살렘 성전 종교를 바라보며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성전 건물을 가리키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태복음24:2)
실제로 AD70년 로마의 티투스는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헤롯 성전을 완전히 파괴하여 버렸다.
후일 로마가 기독교화되고 비잔틴 기독교가 이스라엘 전역에 교회를 세울 때도 유독 예루살렘 성전 터에는 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그곳은 예수님이 저주하신 곳이라 생각하고 황폐한 체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AD638년 이슬람 제국을 세계적 제국으로 건설한 우마르 1세(586?-644)가 예루살렘을 정복하였다.
그는 성전산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던 기독교도들과 달리 그곳에 웅장한 바위 돔 사원을 건축하였다.
685년 비잔틴 양식으로 8각형의 8층짜리 건물을 세웠는데 콘스탄티누스가 건축한 성묘교회보다 일부러 더 높게 하였다.
이 황금 돔은 이슬람이 유대교나 기독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다.
사실 예루살렘은 이슬람에게 그리 중요한 도시는 아니다.
겉으로는 제3의 성지라고 하지만 메카나 메디나에 비하면 그 중요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다만 예루살렘이 종교 각축장으로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할 뿐이었다.
실제로 이슬람은 유대인들이 세금만 착실히 낸다면 예루살렘에서 살아도 되고 유대교를 믿어도 된다는 관용을 보였다.
그들은 단지 돈벌이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 종교적 성지로서의 관심은 별로 없었다.
내가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느낀 것은 이곳이 정말 종교 각축장이란 사실이다.
예수님이 승천하셨다고 알려진 감람산에만도 예수 승천 교회가 1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모두 자기 교회터가 진짜 예수님이 승천하신 곳이라 우기고 있지만 아무도 확증해 주지 못한다.
이슬람, 유대교, 가톨릭, 러시아 정교, 콥틱, 개신교, 아르메니안 종교 등등 각 종파마다 예루살렘에 예배당을 짓고 종교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아주 은밀히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수님이 다시 예루살렘을 방문하신다면, 무어라 말씀하실까?
온갖 기념 예배당과 장사치들로 들끓는 예루살렘이 무너지기를 소망하지 않을까?
나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