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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pr 06. 2016

목수인 예수님은 어디서 일하셨을까?

나사렛, 세포리스, 디베랴

기독교인치고 나사렛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경은 예수님을 설명할 때 나사렛 예수라고 설명할 때가 많다.

그러나 사실 이 설명은 예수님 당시에는 별로 좋은 뜻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유대교의 전통적인 성경 해석방법에 따르면, 어떤 성경 해석도 성경에 언급된 단어나 문구에서 유래해야 한다.

그런데 나사렛은 구약 성경에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나사렛의 수태고지 교회(사진 : 임한중 선교사)

나사렛은 스불론 지파에 속한 도시이지만 여호수아 19:10-15에서 스불론 도시들을 언급할 때에도 나사렛은 빠져있다.

유대 역사를 쓴 요세푸스도 갈리리 도시 45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나사렛은 없다.

탈무드에도 갈릴리의 63개 도시를 말하지만, 나사렛에 대한 말은 전혀 없다.

한 마디로 나사렛은 너무나 작은 산골 마을이기에 언급할 가치조차 못 느꼈다.

그러므로 나사렛 예수란 말은 당대 유대인들에게는 저 강원도 깡촌 시골마을이란 의미를 넘어서 하나님의 시각으로 볼 때 아무 중요성을 가지지 못한 도시란 뜻이다.

그러기에 빌립이 나다나엘을 만나서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하였을 때 나다나엘이 한 말은 의미 있는 말이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아람어 페쉬타 역본에서는 이 말씀을 “나사렛에서 무슨 좋은 말씀이 있을 수 있겠느냐?”로 번역하였다.

그것은 구약 성경에서 전혀 언급도 되지 않은 작은 도시인 나사렛에서 무슨 하나님의 선한 말씀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나다나엘은 나사렛에서 불과 7km 떨어진 가나 출신이기에 누구보다도 나사렛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요21:2)

수태고지 교회 내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쓰인 명패에도 나사렛 예수란 말이 기록되어 있다.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요19:19)

여기 나사렛 예수도 조롱조의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다.

나사렛은 그만큼 작고 보잘것없는 도시였다.

수태 고지 교회

예수님의 직업은 목수(τεκτωνος)로 알려졌는데 일부 학자들은 텍토노스의 정확한 뜻은 목수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건축 노동자’로 보는 것이 옳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예수님이 목수이든 건축 노동자이든 어느 경우라도 좋다.

예수님께서 목수로서 일하셨다면, 나사렛은 너무나 작은 동네이기에 일거리가 별로 없었을 것이 틀림없다.

나사렛에서 북서쪽으로 6km 떨어진 곳에 갈릴리의 수도 세포리스(Sepphoris, 혹은 찌포리 Zippori)가 있다.

세포리스는 성경에 나오진 않지만, 1931년 미국 미시간 대학의 워터맨 교수가 이곳을 발굴하였다.

BC 4년 헤롯 안티파스가 세포리스를 자율적인 도시라는 의미로 오토크라토리스(Autocratoris)로 이름 짓고 대규모 건축공사를 시행하였다.

발굴된 유적에 의하면 회당과 귀족들의 저택과 야외극장이 있었다.

그러다 AD 20년경 갈릴리의 호수 변에 새로 로마식 도시 디베랴(Tiberias)를 건설하면서 갈릴리의 수도는 디베랴로 옮겼다.

디베랴는 근처에 온천이 있어 휴양도시였고, 로마의 황제 디베료(Tiberius)에게 헌정한 도시이므로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건설한 도시다.

AD70년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 디베랴는 이스라엘의 4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수태고지했다고 주장하는 장소(사진 : 임한중 선교사)

그러니까 나사렛 근처 마을 두 곳에 대규모 건축 공사가 있었다.

세포리스와 디베랴의 건축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하기 전까지 건축 공사가 왕성하게 진행되던 곳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은 아버지 요셉과 함께 그 건축 공사장에서 일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예수님이 비록 나사렛이란 이름없는 작은 마을에서 자라나긴 하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도시의 웅장함과 왕궁의 화려함을 전혀 모르는 분이 아니시다.

수태고지 교회(사진 : 임한중 선교사)

예수님의 말씀 중에 나사렛이란 깡 시골에서 전혀 접할 수 없는 대도시나 왕궁의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신다.

이를테면 왕궁에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을 언급하고(마태복음11:8), 빚진 종을 용서하는 왕(마태복음 18:23-35), 혼인 잔치를 베푸는 왕(마태복음 22:1-14), 임금과 임금이 싸우는 이야기(누가복음 14:31) 등은 순전히 예수님의 창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예수님은 인근 동네인 세포리스와 디베랴에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왕족들과 귀족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재의 나사렛

성경에 거론되지 않던 작은 동네 나사렛

당대 그 어떤 유대인도 인정하지 않던 보잘것없이 가난한 동네 나사렛

그 나사렛은 지금 갈릴리 인근 지역 중 어느 곳과도 견줄 만큼 동네가 커졌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나사렛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름 없고 볼품없는 시골 마을이 예수님과 연관되면서 모든 사람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마을이 되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느냐?” 물으신다면 나는 감히 답할 수 있다.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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