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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pr 12. 2016

예수님은 왜 가이사랴 빌립보까지 가셨을까?

베드로의 신앙고백

예수님의 공생애는 불과 3년이었다. 

결코 길지 않는 시간에 예수님은 수많은 반대에 직면하였다. 

나라를 빼앗긴 후 잃어버렸던 민족정신을 되찾나 싶었지만, 율법을 강조하는 바리새인들의 지도로 이스라엘은 오히려 더욱 보수적이고 편협하고 완고하여졌다. 

같은 피가 흐르는 사마리아 사람들도 혼혈이라 하여 그 지역은 지나가지도 않았고, 이방 사람들을 개같이 여기는 오만한 자만심으로 가득하였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유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고향 땅 갈릴리 지역을 다니며 수많은 기적과 능력을 베풀었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스라엘이 다시 독립하고, 이방 나라들을 짓밟으며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3년의 사역 기간 예수님이 느끼셨을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바니아스 폭포

예수님은 사역 현장인 갈릴리를 잠시 떠나 이스라엘 제일 북단 가이사랴 빌립보를 찾으셨다. 

그곳은 이스라엘 전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지역 중 하나이지만, 유대인들은 그곳을 잘 찾지 않았다. 

이곳은 가이사 아구스도가 헤롯 대왕에게 하사하였는데 후에 헤롯 빌립 2세가 이 도시를 새롭게 정비하였다. 

그는 헬라 로마 문명의 중심지로 멋지게 꾸미고 황제를 기린다 하여 가이사랴라 불렀고,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 가이사랴와 구분하기 위하여 뒤에 자기 이름을 붙여 가이사랴 빌립보라 하였다. 

이 도시에는 수리아인과 그리스인 등 이방인이 주로 거주하였다. 

판 신전 앞에 샘에서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물이 솟아나와 강을 이룬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헐몬 산 남쪽 경치 좋은 산자락에 있다. 

헐몬 산자락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많은데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이 그것을 흡수했다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샘처럼 솟아난다. 

사시사철 마르는 법없이 풍부한 물이 쏟아져 나와 바니아스 폭포를 만들고 요단 강으로 흘러 간다. 

여기서 흐르는 물이 이스라엘 상수원 50%를 공급한다고 하니 이 지역이 얼마나 비옥한 땅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이사랴 빌립보 입구쪽 건물

나는 이 좋은 땅을 이방인들에게 양보하고 험하디험한 광야에서 아옹다옹 명분싸움이나 하는 유대인들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하겠다. 

헬롯 빌립은 요단 강의 수원지 근처에 풍요와 다산의 신이며 삼림의 신 판(Pan)을 위한 신전과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 신전을 세웠다. 

신전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었는데 크고 웅장하였다. 

지금도 가이사랴 빌립보에 가면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신전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전 유대인들이 그 신전을 보았다면, 그 도시의 화려함과 거대함에 기가 질렸을 법하다. 

왼쪽인 판 신전이고 오른쪽이 아우구스투스 신전이다.

예수님은 무엇 때문에 사역 현장을 떠나 멀리 가이사랴 빌립보까지 찾으셨을까?

WBC 마태복음 주석에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쉬고 싶어서 찾았을 뿐이라고 한다. 1)

3년의 짧은 사역 기간 예수님께서 그저 쉬고 싶어서 멀리까지 찾아갔을까?

정말 쉬고 싶다면,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우상 소굴로 찾아가진 않았을 것이다.

바위를 깎아 신상을 세우는 곳을 만들었다. 

주석가는 아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예수님은 이제 사역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지게 하려고 이곳을 찾으셨다. 

가장 화려하고 가장 멋진 이방의 신전 앞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베드로야 이 엄청나고 화려한 신전을 보느냐?

세상의 부유함과 호화로움으로 잔뜩 무장한 이방 신전을 보고도 너는 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할 수 있겠느냐?"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마16:16)

베드로의 고백은 진정 위대한 고백이다. 

"저 판 신전, 아우구스투스 신전 등이 바위 위에 세웠지만, 저것들은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16:18)

"이스라엘이 다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한다 할지라도 나는 너의 이 신앙고백 위에 세상이 결코 무너뜨리지 못하는 교회를 세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은 곧 십자가의 길임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말씀하셨다. 

"이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 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마16:21) 

예수님께서 굳이 가이사랴 빌립보까지 올라가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예수님의 사역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제일 북단 가이사랴 빌립보까지 올라오시기 까지 많은 가르침과 능력과 표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반대와 저항에 부딪혔다. 

이제 이 북단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루살렘으로 내려가는 길은 십자가를 지러 가시는 길이다. 

이스라엘을 종단하시면서 예수님은 마음을 새롭게 하시며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길을 걸어 내려가신 것이다.


주(註)

1) WBC 마태복음(하) 주석, 도날드 헤그너, 솔로몬, 7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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