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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21. 2016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

길을 떠났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무거운 것들을 다 내려놓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짐만 들고 떠났습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하나님을 만나기를 소망하며 떠났습니다.

친구는 그렇게 산티아고 가는 길로 갔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문득 정신을 잃어버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어버리고 흘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지 않고 험한 말을 함부로 쏟아내어 상처 줄 때도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정처 없이 방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때로 길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지루하고 무료한 삶의 틀에서 벗어나 길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그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기를 소망하며 떠나고 싶어집니다.

 

수년 전 네팔에서 트레킹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길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우회로로 들어섰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가이드조차도 길을 잃어버리고 3천 미터가 넘는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했습니다.

우거진 숲을 뚫고 길 아닌 곳으로도 가야 했습니다.

더는 걸을 수 없어 탈진한 상태로 땅바닥에 누웠습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읊조렸습니다.

12시간을 헤맨 끝에 허름한 롯지(Lodge)에 도착했을 때 감사기도를 드릴 새도 없이 곯아 떨어졌습니다.

그 길을 걸으며 인내를 배웠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그 경험은 나의 인생길에 중요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습니다.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목회하는 목사님 가정에서 2박 3일 머물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대 문명의 모든 혜택이 차단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먹고 자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 주고 받는 험한 세상과 동떨어진 그곳에서 영혼이 치료받았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요?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만나고자 조용한 수도원이나 기도원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감옥의 감방 안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C. S. 루이스는 “한 여름날 꽃이 만발한 가운데 하나님은 내 안에 함께 하실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토마스 머튼은 깜깜한 밤 아무도 없는 숲 속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신비와 저항’이란 책을 쓴 독일 여성 신학자 도로테 죌레(Dorothee Sölle)는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한 장소의 민주화를 주장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곳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막다른 인생길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왁자지껄한 군중 속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음산한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일상생활 평범함 속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해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할 때도 하나님은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가끔 울화가 치밀어 혼자 운전하면서 고함치듯 '주여'를 외칠 때도 거기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시간도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 묻는 세속 철학자에게 청교도인 애로스미스(John Arrowsmith, 1602-1659)

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디에 안 계시는지를 너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라.”


그래요. 하나님은 어디든 계시고, 어느 때든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너는 나를 만날 준비가 되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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