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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28. 2016

단순한 암기는 이제 지겹다.

조선 최초의 율학 전문서라고 하는 책의 제목과 저자를 써주세요.

도전 골든벨에서 나온 문제다. 

조선 시대 정약용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었던 난 답을 알고 있었다. 

놀랍게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도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이런 지식이 그 학생에게 얼마나 유익할까?

도전 골든벨에 출제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암기를 필요로 하는 단답형의 질문들이었다. 

거기에 담겨 있는 뜻을 풀어보라거나 자기의 의견을 말하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암기 위주의 교육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외웠던 그 지식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필요할까?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젊은 청춘을 불사르며 공부하여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의 고백이다. 

회사에 들어와 보니 열심히 외우고 공부했던 것이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고등학교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얼마든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높은 지식을 요구하는지, 단지 누구의 암기력이 뛰어난지를 알아내기 위함이라면, 청춘들이 바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단순한 암기라면 이미 우리에게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를 두드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지식을 굳이 머릿속에 강제로 집어넣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암기 위주의 공부를 시키긴 하였지만, 현재의 단답형 암기는 아니었다. 

고전을 읽으면서 그 뜻을 몸에 새기었다. 


아이들은 천자문, 소학, 격몽요결 등을 읽고 나중에는 논어 맹자를 포함한 사서삼경을 읽었다. 

유학에 담겨 있는 깊고 깊은 뜻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 깊은 뜻을 깨달아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려고 공부하였다. 

아이들은 적당한 운율에 몸을 살짝 흔들어 가면서 읽었다. 

그저 눈과 귀로만 글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기 위함이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유대인들은 전통복장을 하고 상체를 앞뒤로 흔들며 성경을 읽고 있었다. 

유대인들도 우리 조상들처럼 적당한 운율과 함께 몸을 흔들어 가면서 읽는다. 

머리로 배운 지식은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어버린다. 

그러나 몸으로 배운 지식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그가 외웠던 구절들이 그에게 큰 힘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암송은 암기를 위한 암기,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삶 속에 적용하기 위하여 몸으로 체득하는 암기다. 


그러고 보면 전 세계에서 수천 년 전 언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딱 두 나라다. 

중국과 이스라엘. 

생각해 보면 수천 년 전 글을 현재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우리는 한문 서적은 고사하고 불과 600여 년 전에 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조선 시대에 얼마나 많은 저서가 쓰였는지, 그리고 중국의 고서들을 생각하면 한자를 버린 우리 교육정책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어려서부터 몸으로 삶으로 고전을 읽고 또 읽어 암송하는 유대인들이 학자를 무수히 배출하고 노벨상을 받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벼락치기 공부하면서 외우는 지식이 아니고, 아무런 의미도 모른 채 그저 달달 외우는 지식이 아닌 몸으로 배우고 암기하는 고전 공부법이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최상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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