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Jul 12. 2015

개독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신학대학에 입학하였을 때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바로 귀국하여서 우리를 가르친 교수님이 한 분 계셨다. 교수님은 토론식으로 강의하였는데 우리에게 늘 과제를 주시고 발표하게 하였다.힘들게 준비하여 발표하면, 교수님은 우리의 발표내용보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 더 큰 관심을 가지셨다. 흔히 크리스천이라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말들을 했을 때 교수님은 가차 없이 지적하였다. 이를테면, '방금 네가 사용한 그 '은혜'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 같은 질문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무심코 사용했던 그 단어의 뜻을 정의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교수님은 '네가 설명한 그 뜻이 과연 성경이 말하는 은혜와 같은 것이냐?' 하고 되물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수업이었다.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은 이러하였다. "오늘날 기독교가 혼탁하게 된 것은 개념 정립이 바로 되지 않은 체 다 알겠거니 하면서 사용하는 기독교 용어들 때문이다. 목회자조차도 개념 정립이 안 되어 있는데 평신도들은 오죽하겠느냐? 성경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성경의 뜻인 양 오해하고 사용하는 게 오늘 우리의 문제다. 모두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한 내 멋대로의 복음, 소위 내가 복음이 생기는 것이다. 기독교의 본질, 말씀의 의미, 하나님의 본래의 뜻은 잊어버리고 다들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허상의 기독교가 오늘날 가장 큰 문제다."


이제 기독교가 개독교라는 말도 듣고 있다. 기독교인들조차도 성경의 의미보다는 자기 주관적인 믿음과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 사사 시대처럼 모두 자기 생각에 옳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 몇번이고 강조하여 가르쳐도 여전히 자기 생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허탈해지곤 한다.


30년 전에 들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요즘 들어 부쩍 더 의미 있게 들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