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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31. 2017

희망을 희망하라!

필리핀 선교는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가는 필리핀 선교에 희망도 비전도 없었다. 영어 한마디 못 하는 주제에 무슨 선교이겠는가! 한국에서 필리핀 소식을 간간이 접하면, 늘 듣는 소리가 가난하고 치안이 불안한 곳이란 이야기였다. 장기 매매, 인신매매, 아동 납치, 총기 소지 자유, 살인. 게다가 자연재해는 끊이지 않았다. 태풍, 지진, 화산 폭발, 집중호우. 비행하는 내내 난 두려웠다. 4살 6살 난 두 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었다. 모험심이 강한 아내는 외국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흥분하며 기뻐하였다. 걱정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선교한다기보다는 선교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처음부터 시작하였다. 영어 선생님을 따라 산꼭대기 달동네(키리노 힐)에 가서 떠듬떠듬 전도하였다. 매일 같이 키리노 힐을 오르내리며 영어가 서투른 난 점점 초라해져 갔다. 이곳에 어떤 선교 열매가 맺힐까? 의구심 속에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는 언제나 자신 있는 웃음으로 포장하였다. 오직 아빠만 바라보는 아이들은,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결심했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리라.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 주었다. 선교의 열매도 거두었다. 지금 아이들은 세계를 훨훨 날고 있다. 난 지금도 그들의 열열한 지지자요 희망 전도사이다.

키리노 힐에서 만난 아이들은 몇 번이고 하늘을 향해 높이 뛰어 올랐다. 보고싶다! 이 아이들을

1911년 영국인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 1868~1912)은 남극 탐험대를 꾸렸다. 스콧의 탐험은 단순히 남극점 정복만이 아니라 남극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목적이었다. 그때까지 인류는 남극점을 밟아보지 못하였다. 노르웨이 아문센도 남극 탐험대를 꾸렸다. 남극 정복 경쟁이 시작되었다. 에스키모의 조언을 받은 아문센은 썰매 개를 선택하였지만, 스콧은 기동력을 생각해서 조랑말과 모터 썰매를 선택하였다. 남극에 조랑말을 데리고 올 생각을 하다니 어찌 보면 정말 무모하였다. 그는 남극 탐험에만 목적을 두었지 남극의 상황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았던 듯하다. 반면에 아문센은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눈 폭풍으로 길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0.25 마일마다 쓰고 남은 포장 용기로 표시했고, 8마일마다 대나무 깃대에 매단 검은 깃발을 꽂아두었다. 조랑말은 추위에 죽고 모터 썰매는 고장나 스콧 탐험대가 남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무려 한 달이나 앞서서 아문센 팀이 남극을 정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아문센 팀은 전원 살아서 돌아왔지만, 스콧의 탐험대는 전원 사망하였다. 실패한 탐험대를 이끈 스콧은 역사 속에 묻힐 뻔하였지만, 그가 쓴 ‘남극 일기’가 발견되면서 그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스콧 탐험대는 해안선 탐사대, 지질학 탐사대, 황제펭귄 탐사대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은 행군 내내 텐트 안에서 돌아가며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강의를 했다. 해양 생명체와 빙산과 바다 얼음에 관한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남극 암석지대에서 가지고 온 16kg의 돌들을 버리지 않았다. 비록 생명은 잃었지만 그들의 기록은 남극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스콧이 쓴 남극 일기엔 과학적 연구 외에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었다. 남극 탐험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대원 중 한 명인 에번스가 뇌진탕으로 사망하였다. 오츠 대령은 동상 걸린 발 때문에 팀 전체가 위험에 빠지자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였다.

“밖에 좀 나갔다 올 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 그는 비틀거리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텐트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은 그의 서른두 번째 생일이었다. 아름다운 발데르가 죽었다. 죽었다.”

마지막 식량 저장소를 17.7km 앞두고 눈보라 때문에 전진할 수 없었다. 그들은 30알의 진정제와 모르핀 한 튜브가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스콧은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마지막 기회가 사라져버린 것 같소. 우리는 자살하지 않고 마지막 보급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소. … 가능하면 아이가 박물학에 관심을 두게 하시오. 그게 게임보다 낫소, 몇몇 학교에서는 그것을 장려한다오.”

남극 탐험에 실수만 거듭하다 죽어가는 아버지 스콧은 아이의 장래에 관해서는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죽음의 그늘에서 희망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아들 피터 스콧은 아버지의 희망으로 박물학을 공부하였고 후일 야생 생물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부모는 그렇게 아이에게 희망을 전하였다.

스콧의 탐험대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포위된 예루살렘은 멸망을 눈앞에 두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유다의 멸망을 예언한 죄로 시위대 뜰에 감금되었다. 그때 사촌 하나멜이 와서 아나돗의 밭을 사라고 제안하였다. 망할 나라의 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금이나 은과 같은 유동성 재산만이 필요할 때다. 예레미야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이제 바빌론에 의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람들은 멀고 먼 나라로 끌려갈 것이다. 하나님께 완전히 버림받고 저주받은 땅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캄캄하고 답답한 그 상황에서 예레미야는 은 십칠 세겔을 달아주고 아나돗의 밭을 샀다. 짐작건대 은 십칠 세겔은 그의 전 재산이었을 것이다.


예레미야는 단순한 밭을 산 것이 아니다. 그는 희망을 샀다. 과거 애굽에서 노예 되어 소망 없던 이스라엘 백성을 긍휼히 여기셔서 찾아주신 하나님께서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과 소망으로 밭을 샀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유대 이스라엘 연구소 소장이었던 요세프 예루살미(Yosef Hayim Yerushalmi, 1932~2009)박사는 “유대인에 관한 절망의 역사를 빼놓고 희망의 역사만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을 뜻하는 히브리어 티크바(tiqvah, תִּקְוָה)는 지평선을 뜻하는 가브(qav)의 어원이 포함된 단어다. 지평선은 바다와 하늘, 무한과 유한의 경계를 이루며, 아직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대상을 향해 눈길이 머물게 한다. 유대 민족은 보일듯 말듯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때때로 삶의 고통이 심각하여 눈앞을 가릴 때에도 그들은 눈 비비며 멀리 지평선을 바라본다. 구약 백성의 희망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입으로 하신 약속의 말씀을 반드시 지킬 것이란 믿음이다. 구약의 희망은 믿음의 결단이요, 다짐이다.


그들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고난에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곧 희망이었다.

희망은 삶의 가장 큰 힘이고, 죽음을 물리치는 유일한 무기다.” - 유진 오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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