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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31. 2017

행복의 비결

사진을 잘 찍으려면

사람들은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이 변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톨스토이


영어에 사진을 찍는다(taking photo)는 말이 있습니다. 전 taking(취한다)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소유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진 하는 분들은 남들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사진을 찍고 싶어 합니다. 남이 찍지 못한 사진, 남이 가지지 못한 사진을 가지면 큰 부자나 된 듯 뿌듯해합니다. 사진을 처음 배우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애를 쓰기도 합니다. 그건 마치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하여 생존 경쟁을 벌이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소유하느냐! 그런 거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세상이지요.

꽃 사진을 찍으러 산이나 들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일상에 바빠서 하늘 본 시간도 없이 살다가 자연으로 나가면 막혔던 숨이 터지는 듯합니다. 숲속에 숨은 자그마한 들풀이 피워낸 꽃은 보석과도 같습니다. 혹여 잠 깨어 도망이라도 칠까 봐 조용히 땅바닥에 엎드려 렌즈를 들이밀면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 어여쁨을 뽐내지요. 몸을 낮추고 그 자그만 들꽃과 한참이나 대화하다 보면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치유받는 느낌입니다.


영어로는 ‘사진을 취한다’라고 하지만 양식 있는 사진가는 ‘사진을 담는다’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자신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가끔 사진을 취하는 사람을 봅니다. 아름다운 들꽃 사진을 찍은 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발로 밟아버리는 사람입니다. 자기만 혼자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 때문이지요.


사진은 취하는(taking) 것이 아닙니다.

사진은 쏘는(shooting)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사진은 만드는(making) 것도 아닙니다.

사진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receiving) 것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많습니다. 빛, 날씨, 장비, 타이밍, 기술 등.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자연을 온전히 담을 수 없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사진이지만 돈과 욕심과 자랑으로 떡칠한 사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담아 낸 사진은 귀합니다.


제가 독서를 하는 것은 마음을 열기 위한 행위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 편견, 아집, 독선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책을 읽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훌륭한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닙니다. 내 생각의 벽을 무너뜨려 주는 책입니다. 진정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도 마음 비움과 내려놓음이 필요합니다.


비단 사진과 독서만이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욕심을 내려 놓고 자신을 비워야 행복하다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향과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나라!(창12:1-3) 믿음의 조상은 내려놓음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구약 성경의 신실한 신앙인들은 세상에 살다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나 광야로 나아갔습니다. 광야는 아무것도 없는 곳입니다. 광야에는 도시도 없고, 건물도 없고, 부도 없고, 뺏고 뺏기는 싸움도 없는 곳입니다. 광야는 텅 빈 장소입니다. 텅 빈 광야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서로 돕고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것처럼 아귀다툼하면 그 누구도 살 수 없습니다. 광야로 나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행복의 비결은 역설적입니다. 가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나눠야 행복하다고 합니다. 취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비워야 행복하다고 합니다. 마음을 닫아야 평안한 것이 아니고 마음을 열어야 평안하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정하여 주신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안식일은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하여 아귀다툼하던 싸움을 잠시 멈추는 날입니다.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는 날입니다. 욕심, 갈등, 긴장, 스트레스, 시기, 질투, 다툼, 부귀영화, 성공, 승리. 안식일에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전하는 날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인생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날입니다.


참된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려놓는 데 있습니다. 나의 고집과 주장과 편견과 아집을 비워 놓는 데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조건이 바뀌어야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바뀔 때, 나를 바꿀 수 있을 때, 나를 바꾸려고 노력할 때 행복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믿음의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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