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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Feb 20. 2018

한국사보다 성경 역사를 읽는 이유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나 기관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미 대선은 가짜 뉴스가 횡행 (橫行)하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를 정도로 혼탁하였다. 소셜 미디어에는 가짜 뉴스가 넘쳐난다. 가짜 뉴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아무런 근거도 없는 거짓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뉴스 형태로 퍼트린다. 이는 세상의 흐름과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사람을 미혹하기 위한 매우 치졸한 방법이다. 가짜 뉴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이스라엘이 멸망할 때에도 거짓 선지자와 참된 선지자가 논쟁이 붙었다. 둘 다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를 두어 뉴스를 생산하였다. 권력자들은 부패하였고, 나라는 멸망의 길을 가는데 끊임없이 평안을 외치는 거짓 선지자가 있었다. 거짓 선지자들은 거짓을 진실인 양 말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하나님께서 택한 이스라엘이니 하나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라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말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이다. 


예레미야 같은 참된 선지자는 이스라엘이 회개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진심으로 하나님 앞에 무릎 꿇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사람들은 참된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나라가 망하였고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갔다. 


그제야 선지자가 했던 말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역사를 잘못 이해했고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음을 인식하였다. 그들은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를 기록하였다. 그것이 바로 열왕기서다. 


열왕기서는 이스라엘 왕정 시대 중에서 다윗이 죽은 후 남 유다가 멸망할 때까지 약 4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기원전 10세기에서 6세기에 이르는 이스라엘 역사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인류 최초의 역사서라고 하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기원전 5세기경에 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성경의 역사는 진정 인류 최초의 역사서다. 일부 학자 중에는 열왕기서는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 형태를 띤 설교집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헤로도토스의 ‘역사’야 말로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들은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역사’를 기록하였다. 이에 반해 열왕기서는 참고문헌을 밝히면서 혹시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은 역대지략을 살펴보라고 하였다. 열왕기서는 진정 역사서다. 


일부 학자는 성경의 기록과 고고학에서 발굴한 비문이나 다른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왕기서의 역사성을 의심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기록보다 고대 왕들의 비문을 더 역사적이라고 평가한다. 흔히 정복왕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하여 과대 포장하기 일쑤다. 반면에 열왕기서는 왕들을 비판하는 객관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는 고대 왕들의 비석보다 성경의 기록이 더 역사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자는 성경은 신학적인 입장을 천명하기 위하여 기록하였기에 역사라기보다는 이야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왕기서가 신학적 입장을 밝히면 역사가 아닌가? 세상의 역사 기록 중에 정확한 사실만 기록한 역사가 있던가? 역사는 언제나 쓰는 사람의 입장을 기록하는 법이다. 승자는 승자의 입장이 있고, 패자는 패자의 입장이 있다. 보수는 보수의 입장이 있고, 진보는 진보의 입장이 있다. 각기 역사를 기록할 때 자기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한다. 

나는 열왕기서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려고 애쓰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열왕기서는 열왕기 저자의 관점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그는 정확한 사실만을 나열하기보다 이스라엘의 멸망 원인을 살펴보기를 원하였다. 그는 하나님께서 세상 역사를 어떻게 경영하시는지 살펴보고 싶어했다. 역사를 보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관점도 의미 있지만, 직접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관점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역사는 사실보다 해석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역사 시험 중에서 제일 싫었던 문제가 몇 가지 사건을 나열한 다음에 연도순으로 배열하라는 것이었다. 역사는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다. 역사는 이해하는 과목이다. 역사는 관점을 익히는 과목이다. 성경의 역사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개인적인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성경 저자가 무엇을 말하는지, 하나님의 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는 것은 가짜 뉴스를 생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떤 사람은 한국사도 잘 모르는데 이스라엘 역사를 굳이 공부해야 하나 묻는 사람도 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에 관련된 책을 자주 읽곤 한다. 그리스사, 로마사, 중세사, 종교개혁사, 영국사, 프랑스사, 한국사 등. 역사책은 인문학의 기본 도서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역사를 통하여 인간을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통하여 세상 보는 눈이 열린다. 성경이 기록한 이스라엘 역사는 단순한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간섭하시고 이끄시는 모습을 기록한 역사서다. 열왕기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게 된다. 그리고 세상과 역사를 보는 하나님의 관점도 배우게 된다. 


사마천이 역사를 보는 관점에도 배울 점이 있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배울 점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유익이 있다. 그러나 세상 어떤 사람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역사를 어떻게 경영하는지 배우는 것보다 귀한 것은 없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분석력을 갖출 때 비로소 현실을 보는 눈이 열린다. 가짜 뉴스가 횡횡하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이 시대에 참된 하나님의 말씀인 열왕기서는 우리의 눈과 귀를 열어준다. 


실력도 부족하고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내가 열왕기서와 같은 성경의 역사서를 열심히 살펴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열왕기서를 강해할 때 경청해 주었던 교인들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수시로 좋은 피드백을 해주었던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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