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싶었던 소녀
자전거를 타고 싶어 했던 소녀가 있다. 10살짜리 소녀 와즈다(Wadjda, 2012.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사우디아라비아 영화)는 여성들에게 금기시 되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성과 금기요소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성은 외출 시, 몸과 얼굴 노출이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 여행, 투표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금지되어 있다. 영화는 10살짜리의 소박한 소원인 자전거 타기를 주제로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특별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Haifaa Al Mansour, 1974~)다. 남녀가 유별한 사회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밖에 나가서 영화감독을 할 수 없어 제작 차량에 숨어서 워키토키로 지시해야만 했다. 살해의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완성되었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3개 부문에 수상하였다.
영화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아름다운 화면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잔잔한 영화이긴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를 계기로 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여성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조선 시대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영조의 왕비인 정성왕후나, 정조의 왕비인 효의왕후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러한 사례는 조선 시대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왕실의 계보를 이어야 하는 왕비이지만, 왕에게 아무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왕비.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된 왕과 왕비는 때로 극도로 미워하였다.
조선 시대 여성은 바깥출입을 엄격히 제한되었다. 궁궐은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었지만, 좋은 음식이 있었지만, 각종 예법에 엄격하게 구속되어 몸과 마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니 병이 나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한 서양사람들의 기록에 의하면 상층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병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여성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심병으로 통칭하는 정신질환에 걸렸으며 일반적인 여성도 울화병에 시달렸다. (권력과 인간, 정병설저, 문학동네, 62쪽에서 참고)
아무리 좋은 환경이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자유가 없는 삶은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없다. 지금도 이런저런 사회의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영화 와즈다는 억압당하고 있는 여성에게 이제 자신의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당당히 말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어디 여성뿐이랴!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