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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28. 2018

도자기를 굽는 심정으로

가끔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본다. 숨은 맛의 비결을 찾아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인은 레시피를 공개하고, 숨은 비법까지 공개하는 용기를 보인다. 수년 동안 노력해서 얻어낸 비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누구라도 그대로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 가끔 레시피를 검색해서 그대로 따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분명히 지시한 대로 했는데 왜 안될까?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방법을 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성이 담겨야 하고, 끈질긴 노력이 따라야 하고, 손재주도 있어야 한다. 세상에 그냥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일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영적인 일은 어떠하랴. 기독교 서적 코너에 보면 ‘무슨 무슨 비결’이란 책을 종종 보게 된다. 난 ‘비결’이란 제목이 붙은 책은 거의 사보지 않는다. 책 제목만 보아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때로 이해되는 책도 있다. 마치 요리책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세상 원리와 논리를 적용한 책이다. ‘최고가 되는 비결’, ‘백배 축복받는 비결’, ‘크게 성공하는 비결’, ‘인생 성공의 7대 비결’’행복한 인생의 비결’, ‘재벌로 사는 비결’, 성경을 읽는 비결’. 그 비결대로 따라 하면 어느 정도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세상의 방법과 논리로 세상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독교의 맛을 살짝 첨가하여 마치 기독교 책인 것처럼 소개하지만, 사실은 세상적인 책일 뿐이다.  


그런데 세상적인 원리를 신앙적인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하여 쓴 책들도 있다. ‘기도 응답의 비결’, ‘성령체험의 비결’, 성공적인 전도비결’, 제자양성의 비결’, ‘예언은사가 열리는 비결’, 영안을 밝게 여는 비결’, ‘성령과 동업하는 비결’, ‘교회 부흥의 비결’, ‘기쁨 충만한 삶의 비결’. 기독교 서점에서 ‘비결’이란 제목으로 검색해도 수백 권의 책이 나온다. ‘비밀’이나 ‘방법’이란 제목으로 검색하면 또 어마어마한 책들을 찾을 수 있다. 정말 신앙적인 분야에 방법론이 필요할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왔올까 이해가 된다. 그만큼 신앙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하나님 앞으로 가까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방법론을 추구하고 따라 하면 정말 이루어질까? 요리책이나 요리프로그램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도 잘 안 되는데, 영적인 일과 신앙적인 일을 방법론만 믿고 따라가면 정말 될까? 내 짧은 신앙 경험에 비추어 보면, 되는 경우보다 안되는 경우가 훨씬 훨씬 훨씬 많다.  


맛집이라고 소개해서 어렵게 찾아가 먹어보고 실망할 때가 많았다. 없는 시간을 내서 멀리까지 찾아간 노력, 들인 돈을 생각하면 또 속았구나 하는 마음에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가 또 돈을 내고 저 프로그램을 찍었나 보다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간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일 뿐 리포터의 리액션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혼자 주문을 건다.


신앙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방법론이 아주 조금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전부가 아니다. 노력과 정성이 조금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신앙적인 일은 도공이 도자기를 굽는 것과 비교하여 말할 수 있다. 아름다운 분청사기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다.  

먼저 좋은 흙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잘게 부수어서 체로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속에 침전시켜 미세한 앙금만 거두어서 그늘에 말린다. 준비된 흙을 반죽할 때는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치대고 또 치대야 한다. 반죽된 흙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도자기 모양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때 작가의 솜씨가 능력을 발휘한다. 모양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양각, 음각, 투각, 철회, 퇴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는다. 작품이 완성되면 그늘에서 천천히 건조시켜야 한다. 건조할 때,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틀어지기도 하고, 수분이 마르면서 흙이 수축하여 깨지기도 한다. 건조가 다 되었으면 초벌구이를 한다. 일반적으로  700~850℃에서 15~25시간이라는 오랜 시간 불을 때서 초벌구이를 한다. 초벌구이를 마치면 유약처리를 하고 다시 굽는다.  재벌구이할 때는 1,200~1,300℃에서 20~30시간 불을 때며 자기를 구워낸다. 이때 도공은 불을 조절하면서 가마 곁을 지킨다. 이러한 과정에 단 한 순간의 실수나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 도공의 노력과 정성은 최고조에 도달한다.  


마침내 가마에서 자기가 나올 때 도공은 ‘멋진 작품이 나올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떨린다. 고려의 분청사기나 조선백자와 같은 작품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실망한 도공은 그렇게 애써 만든 자기들을 아깝지도 않은지 깨트려 버린다. 세계적인 작품은 모든 방법론과 노력과 정성과 기다림을 또 외면하고 말았다. 신앙의 과정은 도공의 자기 굽는 과정과 비슷하다. 나의 노력과 방법과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과 섭리이다. 분명 지금 응답하셔야 하는 데 하나님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의 간절함과 애씀과 정성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고개를 외면하실 때가 많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작품을 만들어내신다. 그리스도인은 이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방법론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하나님은 기계가 아니다.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하나님은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앞으로 나의 삶도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가장 적절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나를 인도하신다. 그래서 난 오늘도 하나님 앞에 겸손해진다.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의 때를 다 알 수 없기에 미련한 나는 도공처럼 다시금 지난한 과정을 시작한다. 마음가짐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나? 준비와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미련하고 어리석은 나는 오늘도 그런 것을 생각하며 겸손히 하루를 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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