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Jul 23. 2018

남을 죽이고 나를 죽이는 시기심

“시기심은 우리와 다른 사람을 갈라 놓는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을 송장으로 만드는 셈이다. 시기심에 빠진 우리는 마치 굶주린 맹수처럼 서로 뜯어 먹게 된다.” - 크리소스톰


중세를 대표하는 작가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는 그의 대표작 '신곡'에서 인간의 일곱가지 악을 구분하였다. '정욕, 식탐, 탐욕, 나태, 분노, 시기, 교만'이다. 시기심을 뜻하는 'envy'는 '어떤 대상에 시선을 던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기심은 죄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성품중 하나이다.


가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돌로 쳐 죽였다. 탐욕이 소유에 대한 것이라면, 시기심은 그것을 소유한 대상에 대한 악한 마음이다. 상대가 가진 물건, 지위, 자격 등을 다 빼앗고 없앤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시기는 소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파괴하고 죽여버려야 한다. 문제는 상대방을 파괴하고 죽인다고 해서 즐거움이나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은 죽고 없어졌는데, 악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서 자신을 괴롭히는 가시가 된다. 가인은 일평생 아벨을 죽인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살아야 했다.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여 남은 생애 내내 다윗을 죽이려고 광분하였다. 다윗의 아내 미갈을 빼앗고 그의 모든 자격과 소유를 박탈하였다. 젊은 청년 다윗을 광야로 내몰아 폐인이 되게 했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다윗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무더운 광야를 헤매었다. 시기심은 다윗을 망친 것이 아니라 사울 자신을 망치게 하였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그를 시기하는 궁정 악사 살리에리의 이야기다. 경건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망나니 모차르트는 작곡할 때마다 명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살리에리는 밤낮으로 고민하여 애를 써도 모차르트 발 뒤꿈치도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저승사자처럼 검은 망토를 입고 폭풍우 치는 밤마다 모차르트를 찾아갔다. 몇 번이고 그 일을 반복하여, 모차르트가 신경쇠약에 걸려 죽게 하였다. 시기심은 타인을 죽일 뿐만 아니라, 자신도 죽음으로 몰아간다. 살리에리는 신앙심도 잃어버리고 악마처럼 변하였다.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1882-1980)은 시기심의 문제를 가지고 평생 고민하였다. 그녀는 어릴 적에 사랑했던 오빠와 언니를 잃고, 나중에는 아들 한스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녀는 결혼에 실패하였고 평생 우울증과 공포증으로 고생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면서 심리적으로 분석하려고 애를 썼다. 비록 대학에 가서 정식으로 심리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프로이드의 책을 읽었고, 헝가리 정신 분석학자 산도르 페렌치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다. 그 후 카를 아브라함 밑에서 정신분석학을 개인적으로 공부하였다.  


그녀는 출생 직후 몇 달간 어머니와의 관계가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하였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은 생명의 원천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부족한 아이는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아기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절실함 때문에 질투, 분노, 공격성을 지니게 된다. 말은 못 해도, 아기는 그 시기에 사랑과 증오를 배운다. 유아기에 어머니와 사랑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면, 성인이 되어서도 삶을 즐기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아기는 공격적이고 탐욕스러워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아기는 불만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지만, 어른이 되면 불만은 터져 나온다. 특별히 동생 때문에 사랑이 빼앗겼다고 느낀 사람은 시기심이 강화된다.  

형제자매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경쟁한다. 출생 직후부터 엄마의 사랑을 두고 서로 질투하고, 성장하면서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물질을 두고 서로 시기한다.  “아이들이란 원래 싸우면서 큰다”는 말은 바로 그 원초적 질투나 시기심을 나타내는 말이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본인의 유년 시절 감정을 철저하게 분석하므로 해답을 찾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였다.  

“유아 때 고통과 기쁨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어른이 되었을 때의 근본적인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

“유아는 사랑의 능력이 충분히 계발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기쁨을 경험하며, 이러한 기쁨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만든다. 프로이트는 젖을 먹을 때 유아가 느끼는 행복을 성적 만족의 전형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이때의 경험이 성적 만족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느끼는 모든 행복의 기초가 되며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시기심과 감사”라는 책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여건을 흔쾌히 감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시기심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해독제라고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감사는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타자를 인식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다. 그것은 곧 자신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괴롭히고 죽이려는 마음을 완화하는 것의 출발점은 사람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독교적으로 표현하면 인간이 죄인임을 철저히 인식하라는 것이다. 나는 의인이고 상대방은 죄인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죄인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인간의 죄성을 철저히 깨달을 때 복수심을 동정심으로 바꿀 수 있으며, 나아가 주어진 상황을 감사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녀는 일평생 우울증 때문에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였다. 그녀는 어머니와 자신과 두 딸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개인적인 상황을 보편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우리에게 나름의 깨달음을 주었다.  멜라닌의 최대 고민과 숙제는 '인간의 악한 본성인 시기심을 없앨 수 있는 길이 있을까'하는 문제였다. 결국 답은 감사에 있었다. 인간의 죄되고 악한 본성을 인정할 때에 진정한 감사가 나올 수 있다. 특별히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과 용서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시기심을 치료하는 강력한 처방약을 받은 셈이다. 시기심에서 벗어나 감사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참고도서

1. 톰 버틀러보던,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이정은 옮김, (흐름출판;서울)  2009년

2. 고명섭, '담론의 발견', (한길사;서울) 2006년

3. 김형경, '천개의 공감' (한겨레출판;서울) 2006년

4. 조의완, 'iChurch 시대의 일곱가지 치명적 죄악' (대장간;대전) 2012년


 


 


 


매거진의 이전글 리딩으로 리드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