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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28. 2018

이런 나라를 원한다.

신명기 1:13

“살아있는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항상 권력의지를 발견했다.” 

“삶은 바로 권력의지다.” - 니체  


니체는 삶을 추구하는 원동력으로 ‘권력에의 의지’로 보았다. 그는 권력 의지야 말로 모든 인간 행위의 근본적 동기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라고 하였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과 같이 되고 싶어서 하나님의 법을 어겼다. 권력에 대한 탐욕은 죄 된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상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인류 역사는 왕정이나 독재에 훨씬 익숙하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선출된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은 매우 희귀하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그럴진대 수천 년 전 고대 사회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로마의 황제들은 언제나 자신을 신격화하였다. 제국을 통치하는데 백성의 의견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절대복종과 순종만 요구하였다.  


그런데 모세는 놀라운 발언을 한다.  

“너희의 각 지파에서 지혜와 지식이 있는 인정 받는 자들을 택하라. 내가 그들을 세워 너희 수령을 삼으리라.” (신1:13 개정개역) 

모세는 백성의 수령을 백성보고 뽑으라고 하였다. 고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모세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 권력 분점의 원칙이 제시하였다. 이는 모세의 개인적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모세는 지금 죽음을 앞에 두고, 앞으로 이스라엘이 국가를 유지할 때 어떤 체제를 갖추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말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땅에 들어가 어떤 조직 체계를 갖출 것인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답은 권력 분점이다. 백성이 수령을 선출하고, 모세(하나님)는 그들을 임명한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그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독재자나 전제군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는 어느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어서도 안 되고, 권력자의 뜻에 움직여지는 나라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하나님 나라는 백성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지도자를 뽑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어느 시대에도 없었다.  


이러한 권력 분점은 사울과 다윗 왕조가 들어설 때까지 지속하였다. 이스라엘은 12지파 연합체로서 각 지파는 자기들만의 자치권을 행사하였다. 스스로 장로와 방백을 세워 지파를 다스렸다. 심지어 다윗 왕조가 들어선 이후에도, 중앙 정부에서 보내는 관리들과 함께 각 지파의 지도자들이 함께 다스렸다.  


신명기는 지방 권력의 분점과 자치를 말한다. 수천 년 전 이런 정치체제를 갖춘 나라를 만들라고 한 것은 모세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디자인이다. 인간은 권력을 독점하려고 하지, 나누려 하지 않는다.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권력을 나누라고 명하신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고 나는 믿는다. 

 

모세는 지도자를 뽑을 때 세 가지 자격 요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지혜 있는 사람, 둘째, 지식 있는 사람, 셋째,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다. 지혜 있는 사람이란 이미 쌓은 지식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지식 있는 사람이란 사리판단에 있어서 분별력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인정받는 사람이란 지파의 형편과 정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풍부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당신들은 각 지파에서 지혜가 있고 분별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뽑으십시오. 그러면 내가 그들을 당신들의 지도자로 세우겠습니다.”(신1:13, 새번역)  


하나님 나라의 지도자는 지혜와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총과 칼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소통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reader(책 읽는 사람)가 leader(다스리는 사람)가 되는 나라다. 단순히 지식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역 사회의 형편과 정서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여야 한다.  

17~18세기에 이르러서야 홉스(T. Hobbes)·로크(J. Locke)·루소(J.J. Rousseau) 등 자연법론자들은 사회계약론을 주장하였다. 사회계약론이란 이성적인 개인이 독립적 존재로서 다른 사람과 그리고 국가와 사회적 계약을 맺어 나라를 구성한다. 그 계약에는 개인의 권리, 자유, 의무를 포함한다고 믿었다. 사회 계약론이 발전하여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서구에서 발전한 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에만 강조점을 두다 보니 개인주의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신명기는 언제나 공동체를 강조하였다. 지도자도 공동체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알아야 하고 공동체원과 소통에 능숙해야 한다. 지도자는 개인의 권리도 소중히 지켜야 하지만, 공동체 전체를 지켜나가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하나님 나라를 지켜가는 파수꾼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윤리와 권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윤리와 모습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만들라고 하신 나라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사람이 바로 지도자다. 인권이 바로 지켜지려면, 공동체를 바로 세우고 다스려 갈 때 비로소 지켜지는 법이다. 신명기에서 보여주고 그려주는 나라의 모습은 오늘 이 시대 우리에게도 참으로 의미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애써야 함은 자명하다. 나는 세상 나라가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고 좋다 할지라도 결코 하나님 나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확신한다. 


참고도서 

1. 송병현, '엑스포지멘터리 신명기',(국제제자훈련원;서울) 2014년

2. 주원준, '신명기', (성바오로딸;서울) 2016년

3. 김회권,'신명기', (한국장로교출판사;서울) 2017년

4. 강대석, '니체 평전', (한얼미디어;광주)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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