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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24. 2015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나는 글을 배운 이후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3,700날 남짓을 살아왔다.

3,700날 동안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면 꿈을 꾸고 깨어나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번개가 번쩍번쩍하여 돌아보면 빛이 사라진 것과 같다.

날마다 기록하지 않아서 생긴 잘못이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저, 푸른역사, 24쪽)

조선 후기 문필가였던 유만주가 20살이 되던 해에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일기를 써야겠다.' 결심하였다.

그가 죽기까지 13년 동안 쓴 일기가 바로 ‘흠영’이다.

그의 일기 서문에 쓴 글이 위의 내용이다.

유만주의 흠영

나도 학창 시절 방학숙제로 일기를 여러 번 썼다.

물론 일기다운 일기가 아니라 방학 끝날 때 벼락치기로 썼을 뿐이다.

20여 년 학교에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저 일기 쓰라는 숙제만 주었지, 어떻게 써야 할 지는 배우지 못했다.


내가 글쓰기를 배운 것은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였다.

영문학을 전공한 캐나다 선생이 우리에게 영어로 수필 쓰는 법을 가르쳤다.

물론 영작 공부를 위한 것이다.

영어가 짧은 우리가 '어떻게 영어로 수필을 쓸까?'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불평을 터트렸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선생은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서 차근차근 설명하여 지도하는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우리는 모두 영어 수필을 하나씩 써낼 수 있었다.

그는 단어 하나를 연상해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단어를 왜 연상하였는지, 그 단어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이 있는지 각자 발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발표한 것을 짧은 문장으로 써보라고 하였다.

단어 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기승전결로 풀어내는지 쉽게 가르쳤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가 하나도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짧은 영어 문장으로 수필 하나를 써보니 자신감으로 충만하였다.


그럼 그 후에 내가 글쓰기를 열심히 했나?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다시 또 글쓰기를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러던 중 2012년 신미식 사진작가의 사진전에서 충격을 받았다.

숙대 문신 미술관에서 ‘삶의 도구’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할 때 그를 만났다.

흑백 사진들 곁에 짤막한 글들이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사진도 사진이거니와 글이 주는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나는 비로소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았다.

신미식 작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매일 같이 글을 쓰세요. 아무 글이라도 좋아요. 그냥 쓰세요.

짤막한 글이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해 보세요."

단순 무식한 나는 그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명문장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내 생각을 누구라도 알아듣기 쉽게 쓰고 싶었다.

내 생각이 전달되지 않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솔직 담백한 글을 써보려고 연습하였다.

그의 충고대로 매일같이 글을 써온 지 4년이 되어 간다.

유만주의 ‘흠영’ 같은 일기도 아니고, 신미식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도 아니지만, 그냥 내 생각을 조금씩 풀어낼 수 있다는 게 나에겐 축복이다.


글은 사진과 더불어 나를 표현하고 나타내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내게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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